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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소스가 미트로프를 다시 섹시하게 만들었다

헤리티지 브랜드의 유쾌한 ‘문화 리포지셔닝’ 전략

by 마케터의 비밀노트

한때 미국 가정식의 상징이던 미트로프(meatloaf).

하지만 오늘날 젊은 세대의 식탁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이 ‘옛날 음식’이 뜻밖의 방식으로 돌아왔다.

바로 A1 Sauce의 새로운 캠페인, “Beefcake – The Sexiest Meat Alive”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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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이미지를 문화 코드로 재해석하다

A1은 ‘고기 전용 스테이크 소스’라는 오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캠페인에서는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닌 문화적 리프레임(cultural reframing) 을 시도했다.
광고 대행사 Rethink와 함께 제작한 이번 캠페인은, People 매거진의 ‘Sexiest Man Alive’ 이슈에 맞춰 “가장 섹시한 남자” 대신 “가장 섹시한 고기”를 주인공으로 세웠다.

“사람들이 ‘비프케이크(근육남)’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다른 의미의 ‘비프케이크’를 보여주고 싶었다.”
— Holland Robinson, A1 브랜드 매니저

이 재치 있는 콘셉트는 ‘진지함보다 유머와 아이러니’를 즐기는 밀레니얼·Z세대의 문화 감수성을 정확히 겨냥했다.


People 매거진과의 협업: ‘섹시함’을 빌려온 미디어 하이재킹

A1은 단순히 광고를 게재한 것이 아니라 People 매거진을 통째로 ‘하이재킹(hijacking)’ 했다.

잡지의 센터폴드 앞 2페이지 전면을 장식하고,

디지털 에디션에서는 가짜 커버(faux cover)까지 제작,

‘Sexiest Man Alive’ 발표 이후에는 People.com 홈페이지 전체를 A1 캠페인으로 점령했다.

즉, ‘섹시함’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존 미디어의 주목도를 차용한 전략적 미디어 파트너십이었다.
이처럼 ‘문화적 타이밍(cultural timing)’을 활용한 접근은,
브랜드가 직접 섹시함을 주장하기보다 대중 담론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효과를 만든다.


#A1Beefcake 챌린지: 유머로 무장한 밈(meme)형 참여 캠페인

캠페인은 온라인에서도 확장됐다.
A1은 공식 사이트 a1beefcake.com을 개설하고,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업그레이드 미트로프’를 만들어 공유하도록 장려했다.
‘#A1Beefcake’ 해시태그를 통해 팬들이 직접 참여하며 레트로 푸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소셜 플레이라운드’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미트로프를 ‘섹시한 요리’로 연출한 패러디 콘텐츠를 생산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소셜 상에서 A1의 위트와 개성을 재확인하는 순간으로 이어졌다.


클래식 브랜드의 ‘문화적 재포지셔닝’ 교과서

A1은 올해 초에도 ‘AI vs A1’이라는 소셜 캠페인을 통해 생성형 AI 트렌드를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바 있다.

즉, 이번 ‘Beefcake’ 캠페인은 그 흐름의 연장선이다.
전통 브랜드가 “어떻게 시대정신을 유머로 번역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Rethink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Geoff Baillie는 이렇게 말한다.

“A1도, 미트로프도 클래식이에요. 하지만 클래식을 새롭게 맥락화하면 사람들이 다시 그 가치를 인식하게 되죠.”

결국 A1은 제품의 ‘맛’이 아닌 ‘태도(attitude)’를 보여줬다.

즉, “우린 오래됐지만, 여전히 쿨하다.”
이 메시지가 지금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레거시 브랜드의 생존 공식은 ‘재발명’이 아닌 ‘재맥락화’다.

A1처럼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필요는 없다.

대신 그 브랜드가 가진 ‘문화적 DNA’를 현재의 언어와 유머 코드로 다시 번역해야 한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웃기느냐”의 시대다.

‘섹시한 고기’라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어째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먹히는 걸까?

그건 A1이 단순히 소스를 판 게 아니라, 자신들의 유머 감각을 브랜드 자산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유머 속에는 이런 메시지가 숨어 있다 —

“클래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새로운 문법으로 돌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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