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광고는 없는 세상이다. 오히려 SHOW가 지배했다
한때 우리는 TV 광고를 꼼짝없이 앉아서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우리는 광고를 스킵합니다. 방해받기 싫어 유료 구독을 선택하고, 광고 차단기를 설치하고, 심지어 ‘광고 같은 건 안 볼 자유’를 돈 주고 삽니다. 그 결과, 브랜드들은 더 이상 팔기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단순한 제품 설명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대신 스토리에 귀 기울입니다. 브랜드가 직접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하는 시대, ‘브랜드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가 떠오른 이유입니다.
광고 회피는 일상이다
누구도 더 이상 광고를 참고 보지 않습니다. Ad Blocker는 기본이고, 배너는 자동으로 무시됩니다. MZ세대는 눈에 보이기만 해도 ‘광고다!’ 하고 피합니다.
모두가 온디맨드로 간다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숏폼… 사람들은 이제 TV처럼 순서대로 앉아 광고 보는 걸 잊었습니다. 원하는 걸 원하는 순간에 보고, 건너뛸 수 있다면 무조건 건너뜁니다.
관계 없는 방해는 환영받지 않는다
최고의 콘텐츠는 이제 창작자 중심, 커뮤니티 중심입니다. 수동적 소비 대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광고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원한다는 얘기죠.
사람은 원래 이야기에 열광하는 존재입니다. 동굴벽화부터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이야기는 늘 우리를 연결해왔죠. 브랜드드 엔터테인먼트는 이 ‘인간의 본능’을 마케팅에 접목한 겁니다. 제품을 앞세워 파는 게 아니라, 스토리에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그래서 ‘광고 같은데 광고 같지 않은’ 콘텐츠가 됩니다.
예를 들어, 레고 무비(The LEGO Movie). 대놓고 광고지만 누구도 광고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레드불의 극한 다큐, Shopify의 창업자 팟캐스트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콘텐츠들이 그렇습니다.
브랜드가 더 이상 ‘판매업자’가 아니라 ‘미디어 제작자’로 변신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닙니다.
‘뉴욕 스토리즈’라는 미니 시리즈를 아시나요? 스웨덴 브랜드 GANT는 단순한 의류 광고 대신, 뉴욕의 클래식한 프랩 룩(아이비리그 스타일)을 영화처럼 풀어냈습니다. ‘뉴욕’을 입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브랜드 정체성을 살려내죠. 옷을 팔기 전에, 라이프스타일을 팝니다.
인스타그램 숏폼 드라마로 큰 사랑받은 ‘Brooklyn Coffee Shop’. 가상의 카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짧고 웃긴 에피소드들 덕분에 ‘진짜 있는 카페 아니냐?’는 DM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커피 제품과 문화를 담아냈고, 사람들은 ‘광고’라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프리미엄 쿨러 브랜드 YETI는 아웃도어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완성도 높은 다큐 시리즈를 제작합니다. 낚시, 사냥, 서핑 등 각자의 소수 커뮤니티를 담아내고, 스스로를 ‘야생의 기록자’로 자리매김하죠. ‘모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브랜드에 스며드는 방식입니다.
패션 매거진 하면 광고 덩어리를 떠올리기 쉽죠. 하지만 Vogue는 달랐습니다. 무려 2014년부터 ‘73 Questions’, ‘Life in Looks’, ‘Now Serving’ 같은 유튜브 시리즈를 론칭해 브랜드를 ‘볼거리’로 바꿔놨습니다.
73 Questions는 카메라 한 대 들고 셀럽 집을 돌며 쏟아지는 질문을 던집니다.
Life in Looks는 셀럽의 스타일 변천사를 같이 훑어보죠.
Now Serving은 함께 식사하며 더 깊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건 단순한 인터뷰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Vogue를 통해 유명인의 삶을 엿보고, 그 비하인드에 몰입합니다. Vogue는 더 이상 잡지 광고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로 공감을 쌓고, 다시 잡지를 보게 만드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브랜드 팟캐스트는 그 자체가 신뢰와 팬덤을 키웁니다.
맥아피(McAfee)의 Hackable?
해킹과 보안 이야기를 팟캐스트로 풀어낸 Hackable?은 무려 92만 다운로드, 애플 팟캐스트 별점 5점 만점. 복잡하고 딱딱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내 브랜드 신뢰도를 한 단계 올렸습니다.
Inside Trader Joe’s - 마트가 팟캐스트를?
미국 마트 체인 Trader Joe’s는 쇼핑만 해도 바쁜데 무슨 팟캐스트냐고요? 그런데 이 팟캐스트, 진짜 듣기 좋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나와 새로운 상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일하면서 겪은 소소한 뒷얘기를 전하죠.
이런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 덕분에 Inside Trader Joe’s는 출시하자마자 iTunes 팟캐스트 차트 5위에 올랐습니다. ‘브랜드=사람’이라는 신뢰를 오디오로 쌓아 올린 셈이죠.
브랜드드 엔터테인먼트는 멋진 카메라와 연출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스토리가 중심이어야 한다
브랜드는 뒤로 빠지고, 이야기가 앞에 나옵니다. 제품은 조연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죠.
가치는 팔아야 할 것보다 커야 한다
‘우리 물건 좋아요!’ 대신, ‘우리는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그 철학이 공감대를 만듭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보게 해야 한다
무조건 찾아보고 싶게, 친구에게 공유하고 싶게, 다시 꺼내보게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클릭 수나 노출 수가 전부였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평균 시청 시간
에피소드 완주율
공유 수
저장 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화적 파급력’
이런 것들이 진짜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냅니다. 바이럴 한 번 터뜨리고 끝날 게 아니라, 얼마나 오래, 깊게 사랑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스토리텔링은 이제 단순한 영상이나 짧은 콘텐츠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기술과 팬덤이 결합하면서, 브랜드는 더 이상 ‘제작자’로만 머물지 않고, **커뮤니티와 함께 세계관을 키우는 ‘쇼러너(Showrunner)’**가 되어야 합니다.
이미 AI는 개인화 마케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동영상 스크립트를 실시간으로 개인에 맞게 바꿔주고,
이미지와 시각 효과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며,
어떤 스토리를 먼저 볼지 팬들이 직접 투표하고 참여하는 거죠.
즉, 브랜드는 ‘내가 보는 버전이 내 이야기 같다’라는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쇼가 아니라 ‘내가 참여한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틱톡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던진 원본 스토리가 있으면, 팬들은 이를 밈으로 재해석하고, 패러디하고, 다른 팬들과 연결됩니다. 미래의 브랜드드 엔터테인먼트는 **‘완성된 쇼를 보여준다’**가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는 세계관을 연다’**로 진화합니다.
이미 해외 브랜드들은 인기 크리에이터에게 IP를 맡겨 공동 제작을 실험하고 있고, 팬들이 직접 캐릭터에 스토리를 추가할 수 있는 ‘플레이어블 콘텐츠’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1회성 광고로 임팩트를 내는 게 아니라, 하나의 IP로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소비자를 팬으로 만드는 전략이 주류가 됩니다.
Barbie처럼 수십 년 간 문화의 일부로 남고,
레고 무비처럼 단순한 장난감이 영화로, 게임으로 확장되며
브랜드는 제품 이상의 스토리 유니버스를 갖게 되죠.
돌아보면 Vogue의 73 Questions도, YETI의 다큐멘터리도, Trader Joe’s의 팟캐스트도 본질은 같았습니다.사람들에게 제품을 강매하는 대신, ‘이 브랜드라면 믿고 본다’는 신뢰와 재미를 쌓은 것이죠. 앞으로 브랜드는 더 이상 광고주가 아닙니다. 이야기를 만들어 팬을 모으는 제작자이자, 관객과 스토리를 공유하는 쇼러너여야 합니다.
누구나 스킵 버튼 하나로 사라질 수 있는 시대,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건 오직 스토리뿐입니다.
이제는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이야기로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세요.
오늘의 스토리는 내일의 팬덤이 됩니다.
팔지 말고 들려주고, 들려주되 함께 만들어보세요.
우리 브랜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다시 찾아보고 싶어 할까요?
이 질문이야말로 지금 브랜드가 진짜로 던져야 할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