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아니라 문화가 된 순간들, 그리고 2026년의 공식
연말이 되면 업계는 늘 “무엇이 잘 팔렸나”를 정리합니다. 그런데 2025년 뷰티·패션 마케터들이 더 집요하게 돌아본 건 매출표보다 “무엇이 문화에 남았나”였습니다. 소비는 조심스러워졌고, 신뢰는 희소해졌고, 런칭은 넘쳐났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이긴 캠페인은 공통점이 하나 있었어요. 보이기보다 기억되기, 노출보다 참여를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아래는 Glossy가 업계 리더들에게 “부러웠던 캠페인”을 물었을 때 반복적으로 등장한 키워드들을, 실무 관점으로 다시 정리한 내용입니다.
Gap의 KATSEYE 협업은 Y2K를 단순히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광고 문법(댄스, 음악, 태도)을 오늘의 플랫폼 문법으로 “재편집”했죠. 캠페인이 Kelis의 ‘Milkshake’와 퍼포먼스 중심 연출을 전면에 두면서, 광고가 ‘배경음’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문화 이벤트)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 캠페인은 바이럴 성과로도 회자됐는데, 공개 직후 조회와 참여가 폭발하며 Gap의 소셜 기록을 깼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핵심 인사이트
레거시 미학은 “그대로 재현”이 아니라 새 문법으로 리믹스할 때 젊어집니다.
댄스·음악·스타일링이 한 번에 걸리면, 캠페인은 “광고”가 아니라 드롭(drop)이 됩니다.
Gisou의 홀리데이 팝업(‘Pup-up’)은 스토리텔링과 게임화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아티스트와 협업해 만든 Honey Pups(수집형 액세서리/홀더) 제작 과정을 기록하고, 현장 경험을 블라인드 박스(랜덤 언박싱)로 설계해 “사야 해서”가 아니라 “열어보고 싶어서” 움직이게 만들었죠.
왜 먹혔나?
요즘 소비자는 브랜드가 ‘잘 만든 이야기’를 말하기보다, “누가 만들었는지 보이는 이야기”에 반응합니다. (제작 과정, 손의 흔적, 아티스트 협업).
그리고 수집·랜덤·한정은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게 하는 UGC 엔진이 됩니다.
Rare Beauty의 마케터가 꼽은 Jacquemus의 ‘Valérie’ 백 캠페인 포인트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과하게 설명하지 않고, 인간적인 순간을 믿었다는 것. 캠페인은 관객에게 “이게 뭔지”를 주입하기보다, 느낄 여백을 남겼고 그게 오히려 깊은 연결을 만들었다고 평가됐습니다.
‘Valérie’가 디자이너의 어머니 이름에서 왔다는 점도 이야기의 정서를 단단하게 만들었죠.
실무 적용 포인트
“브랜드 메시지”를 더 넣기보다, 관객이 자기 경험을 투사할 공간을 남겨라.
‘기능’이 아니라 관계(가족, 기억, 일상)가 들어오면 럭셔리의 설득은 빨라집니다.
Skims의 TikTok 라이브 쇼는 “라이브커머스”라기보다 버라이어티 쇼에 가까웠습니다. 유명 프로덕션 경험을 가진 제작진을 투입해, 라이브를 TV처럼 만들고, 시청→흥미→구매를 한 화면 안에서 끝내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라이브를 했더니 팔렸다”가 아니라, 판매 퍼널을 엔터테인먼트로 재설계했다는 점입니다. TikTok Shop이 커머스 영향력을 키워가는 흐름 속에서, 이런 형식 실험이 더 자주 등장할 가능성도 큽니다.
체크리스트(라이브커머스를 ‘쇼’로 만들기)
진행자(호스트)보다 쇼러너(구성·리듬·코너)를 먼저 잡기
“상품 설명” 대신 순간(리액션/게스트/게임/드롭)으로 전환 만들기
즉시 결제 UX를 전제로 콘텐츠 동선을 설계하기
마지막은 캠페인이 아니라 문화 힌트입니다. Dictionary.com이 2025년 ‘Word of the Year’로 선정한 “six-seven(67)”은, 의미가 명확해서가 아니라 ‘아는 사람만 아는’ 내부 농담(IYKYK)처럼 퍼졌기 때문에 강력했습니다.
American Eagle의 마케터가 강조한 포인트도 같습니다. 복잡한 메시지보다, 단순하고 웃긴 것이 인플루언서와 소셜을 타면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
2025년 사례들을 한 줄로 묶으면 이렇습니다. 제품이 아니라 ‘참여 이유’를 팔아야 한다.
실무용으로는 아래 5가지를 체크해보면 좋습니다.
Remix(리믹스): 레거시 자산을 새 문법(숏폼/댄스/밈)으로 재편집했는가?
Proof(증거): 사람 손·제작 과정·진짜 협업의 흔적이 보이는가?
Space(여백): 설명을 줄이고 감정을 남길 용기가 있는가?
Funnel Collapse(퍼널 압축): 콘텐츠 안에서 구매까지 한 번에 이어지게 설계했는가?
IYKYK(내부농담): 커뮤니티가 ‘우리만 아는 코드’로 놀 수 있는 장치를 줬는가?
K-뷰티/패션의 Y2K·K-pop 자산은 “복고 콘셉트”가 아니라 퍼포먼스형 드롭으로 재가공할 것 (댄스/사운드/룩북을 하나의 쇼트로).
팝업은 ‘예쁜 공간’에서 끝내지 말고, 수집·랜덤·한정을 넣어 UGC를 구조적으로 생성할 것.
브랜드 스토리는 더 말하기보다 덜 말하기: 창업자/디자이너/장인의 “사적인 진짜 순간”을 남겨둘 것.
라이브커머스는 할인 방송이 아니라 쇼 포맷(코너·게스트·드롭·즉시결제)으로 접근할 것.
마지막으로, 다음 히트는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six-seven’ 같은 단순한 놀이일 수 있음. 밈은 메시지가 아니라 연결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