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불신, 그리고 한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잃어버린 영향력에 대하여
스크롤 몇 번이면 나온다. 완벽한 피부, 반짝이는 눈, 예쁜 미소. 그리고 "이 제품 진짜 좋아요!"라는 말.
이건 아마도 누군가가 협찬받은 립밤일 수도 있고, 식당, 여행지, 혹은 일상템 리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냥 또 하나의 광고처럼 넘겨버린다. 한때 디지털 광고의 돌파구로 각광받았던 인플루언서 마케팅, 지금은 그 마법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왜일까? 그리고 마케터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SNS 시대가 만들어낸 마케팅 혁신이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은 셀럽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애매한 지점에서 신뢰를 쌓았다.
브랜드는 그들이 쌓은 관계성과 일상을 마케팅 도구로 전환시켰고, 전통 매체를 피하는 Z세대·알파세대에게 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가 되었다."이건 광고가 아니야. 내가 진짜 써보고 말하는 거야." 그렇게 시작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광고처럼 보이지 않아서 더 효과적인 광고였다.
문제는 이제 모두가 안다는 것이다. "이건 협찬이다", "해시태그에 #ad 붙었네", "또 VPN 광고야?"
이젠 콘텐츠를 보기도 전에 광고임을 직감한다. 사람들은 유튜브 영상 중간의 협찬 멘트를 건너뛰기 위해 SponsorBlock 같은 플러그인을 쓰고, 틱톡에서 “#협찬”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스크롤을 내린다.
이게 바로 ‘인플루언서 피로감(influencer fatigue)’이다.
너무 많아졌다.
너무 비슷하다.
그리고 너무 광고 같아졌다.
한때 '친근한 친구'처럼 느껴졌던 인플루언서.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브랜드와의 불투명한 파트너십은 그들의 신뢰도마저 갉아먹고 있다.
예시:
Honey (PayPal 소속): 유튜버들이 대거 홍보했지만, 실제론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해 다른 크리에이터의 수익을 갈취했다는 비판에 직면.
BetterHelp: 수많은 유튜버가 멘탈 헬스 앱이라며 소개했지만, 실제론 전문성과 윤리성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논란 발생.
이런 사건은 단순한 브랜드 문제를 넘어, 광고에 참여한 인플루언서 본인의 신뢰도까지 손상시킨다. 결과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소개했으니 믿고 써볼까?”라는 신뢰 기반이 붕괴된다.
EnTribe(2023)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제품을 실제 구매한 사람은 12%
그 중 42%는 후회했다고 답했다
마케터 입장에서 더 난감한 건 ‘성과 측정’이다. 인플루언서 영상이 100만 뷰를 찍었다고 해도…
얼마나 광고 파트를 건너뛰었는가?
얼마나 사람들이 실제 제품을 기억했는가?
브랜드 호감도는 올랐는가, 떨어졌는가?
단순 클릭 수, 쿠폰 코드 사용량만으로는 인지·신뢰·브랜드 전이에 대한 진짜 영향력 측정이 어렵다.
그렇지는 않다. 아직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가치 있다. 특히 전통 광고를 거부하는 세대를 타겟팅하려면 '광고 아닌 것처럼 보이는 접점'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혼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과거처럼 “좋아요 한 번에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
제품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라. 브랜드보다 '문제 해결'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는 기업이 설계하고, 인플루언서는 메시지를 ‘번역’하고 ‘확산’하는 미디어 채널로 봐야 한다.
즉각적인 구매보다,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경험/연상을 어떻게 남겼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팟캐스트
스트리밍 콘텐츠 협찬
게임 내 광고
디지털 OOH 광고 → 젊은 층은 여전히 온라인에 살지만, 플랫폼은 더 다양해졌고, 접점은 더 똑똑해졌다.
팔로워 수보다 신뢰도와 커뮤니티 깊이가 중요해졌다. 규모보다 진정성이 답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더 이상 “사람이 말하면 팔린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팔로워 수나 인기도는 예전만큼 영향력을 보장하지 않고, 소비자들은 ‘이건 광고야’라는 직감을 너무나 빠르게 발동시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채널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신뢰와 콘텐츠의 진정성입니다.
오늘날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효과를 내려면, 단순한 제품 소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브랜드의 언어를 소비자의 언어로 ‘번역’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인플루언서를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닌 브랜드의 진정한 메시지 파트너로 바라봐야 합니다. 동시에 그들의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남길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죠.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솔루션을 함께 고민하는 경험이 되어야 합니다.
성과 역시 즉각적인 전환율보다 신뢰와 호감의 축적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클릭 수가 아니라, 브랜드와의 ‘관계’를 어떻게 쌓았는지를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더 많은 팔로워보다, 더 깊은 팬덤을 가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가치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마케터는 숫자보다 밀도 높은 연결을 설계해야 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죽지 않았습니다. 게으른 마케팅이 죽었을 뿐입니다. 기술적 트렌드보다 앞서 있어야 할 것은 브랜드의 태도이고, 진짜 영향력은 꾸준함과 신뢰에서 나옵니다.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것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이 아닌, 함께 브랜드를 이해하고 만들어갈 파트너를 찾는 것이 지금 마케터에게 필요한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