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비자 경험의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 과잉(overwhelm)
현대 소비자 경험의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과잉(overwhelm)’입니다. 넘쳐나는 정보, 끝없는 선택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 소비자들이 느끼는 이 압박감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점점 더 강화되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이 ‘과잉’을 제거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하지만 더는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정돈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연결의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인지 과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설명한 개념 중 ‘시스템 1 사고’가 있습니다. 빠르고 감정적인 결정 메커니즘으로, 사람들이 피곤하거나 압도될 때 작동합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같은 옷(회색 또는 파란색 정장)만 입는 이유로 “결정을 줄이기 위해”라고 했고, 스티브 잡스는 수십 개의 동일한 블랙 터틀넥을 주문했습니다.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죠.
고객이 인지적 여유가 없을 때, 브랜드는 ‘생각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느낌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하루 평균 4,000~10,000개의 광고에 노출되는 소비자.
광고, 리타겟팅, 이메일, 반복되는 소셜 광고… 모두 ‘선의’로 다가가지만 결국 선택 마비(choice paralysis)를 일으킵니다.
넷플릭스도 초기엔 방대한 콘텐츠가 오히려 이탈의 원인이었습니다. 사용자는 40분을 ‘고르기’에 소비하고 끝내 이탈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큐레이션 전략을 강화했고, 현재는 시청의 80%가 추천 콘텐츠에서 시작됩니다.
2000년 12초였던 주의 집중 시간이 이제는 8초로 줄었습니다. 더 짧게, 더 직관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듀오링고는 하루 5~10초 안에 끝나는 ‘마이크로 알림’, ‘스트릭 유지’ 같은 게임화된 UX로 사용자 이탈을 막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이크로 인터랙션을 웹, 앱, 몰입형 환경까지 테스트하여 최적화합니다.
고전적인 연령/성별 중심의 세분화는 2025년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예산이 빠듯한 Z세대는 절약형 베이비붐 세대와 비슷하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곧 인사이트가 되는 시대입니다.
AI는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딱 그 순간에 맞는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게 합니다. 브랜드는 정체성이 아닌 ‘상황에 따른 공감’을 기준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아마존의 “자주 함께 구매하는 상품”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 플레이리스트
이들은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매출을 올립니다. 고객이 “내가 고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되, 실은 브랜드가 도와주는 것 — 그게 요즘 고객 경험의 정답입니다.
애플처럼, 과감한 선택과 제한된 옵션, 그리고 깔끔한 디자인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결단력 있는 브랜드’로 보이게 만듭니다.
불필요한 CTA, 복잡한 옵션은 줄이고, 한 가지를 명확히 제안하는 UI/UX가 필요합니다.
고객은 또 다른 멤버십 앱, 리워드 프로그램을 원하지 않습니다. 대신 앰비언트 로열티(ambient loyalty) — 로그인 없이 재주문, 자연스러운 보상, 의외의 콘텐츠 드롭 등 ‘노력 없는 만족’을 추구합니다.
보상보다는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선택지는 끝이 없으며, 디지털 환경은 잠시도 멈추지 않습니다. 이 속에서 소비자들은 점점 더 빠르게, 가볍게, 감정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리고 브랜드 역시 그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브랜드가 진짜 해야 할 질문은 이제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더 많이 말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더 적게 말하면서 더 깊이 연결될 수 있을까?”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지금 시대에 주목받는 브랜드는 단순히 자극적인 메시지를 쏟아내지 않습니다. 대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선택을 단순화하고, 정보가 아닌 의미를 제공하며, 결정이 아닌 방향을 제시합니다.
넷플릭스는 과잉 콘텐츠 속에서 큐레이션으로 사용자 피로를 줄였고,
애플은 제품군을 최소화해 브랜드의 자신감을 보여줬으며,
듀오링고는 작고 가벼운 마이크로 경험으로 지속적인 몰입을 이끌었습니다.
이 브랜드들이 공통으로 실천한 것은 단 하나—‘의도를 갖고 덜 하기(doing less, but with more intention)’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시대의 브랜드 전략입니다.
단순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전략이며, 절제는 무능이 아니라 명확함의 표현입니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고객을 설득하는 시대는 저물고, 고객이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브랜드가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과잉의 공기 속에서, 당신의 브랜드는 소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신호가 될 것인가?
그 답은 복잡함을 덜어내고, 고객의 여정을 더 명확하게 디자인하려는 의도적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