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파트너십을 ‘제대로’ 해낸 5개 브랜드
요즘 브랜드 마케팅에서 ‘문화’라는 단어는 빠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이런 장면을 목격하곤 합니다. 전통 의상을 코스튬처럼 입히고, 해시태그 하나 얹은 후 몇 주 지나면 조용히 사라지는 캠페인들. 이런 ‘문화 소비’는 늘 낯설고, 가볍고, 피상적입니다.
하지만 드물게, 정말 드물게 우리는 문화를 그저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창조”하는 브랜드를 만납니다.
이 글에서는 문화와의 협업을 단순한 유행이나 제스처가 아닌, 진정성 있는 파트너십으로 만든 브랜드 다섯 곳을 소개합니다.
브랜드 파트너십은 두 브랜드가 만나 서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협업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협업의 깊이입니다. 단순한 공동 마케팅이나 로고를 나란히 붙이는 콜라보를 넘어서, ‘가치’와 ‘정체성’, ‘커뮤니티’의 연결고리를 진정성 있게 풀어낸 경우가 진짜 문화적 파트너십입니다.
이제는 ‘그 초록색 새’로 더 유명한 언어 학습 앱 Duolingo.
그들의 SNS는 늘 기묘하고 유쾌한 밈으로 가득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캠페인은 Eid 무슬림 명절 캠페인입니다.
'아줌마 스타일' WhatsApp 영상 패러디
예멘 커피숍 'Qahwa House'를 언급하는 인사말
전통 문화 속 밈을 유쾌하게 소화한 카드 뉴스
Duolingo는 여기서 ‘알려주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문화를 이미 아는 사람처럼, 그 안의 농담과 언어를 사용하며 함께 놉니다.
이건 무슬림 커뮤니티에게 “우린 너희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라는 말보다 훨씬 강한 메시지를 줍니다.
2025년 일본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에서 프랑스관의 중심에 선 건 바로 LVMH 그룹이었습니다.
루이비통은 일본 건축가 쇼헤이 시게마츠와 함께 전통 가방으로 구성된 거대한 아트 설치물을 선보였고,
디올은 인도 장인의 수작업을 오마주한 바 수트와 도쿄 출신 디자이너들의 설치작을 조화시켰으며,
셀린느는 전통 마키에 기법을 활용한 라커 아트와 한정판 가방을 전시했습니다.
이들은 ‘일본의 문화를 빌린다’기보다는 ‘함께 만든다’는 태도로 접근했습니다. 문화는 이들에게 영감이 아닌 공동 제작자였습니다.
2023년, 디올은 뭄바이의 상징인 Gateway of India에서 파리 컬렉션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벤트가 특별했던 건, 단지 장소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30년 이상 인도 자수 장인들과 협업해 온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디렉터
인도 전통 자수(자르도지, 칸타 등)를 활용한 오뜨 꾸뛰르 컬렉션
인도 여성 장인이 만든 46피트 수제 입구 아치(총 35,000시간 작업)
이건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라, 인도 장인 정신과 디올의 철학이 만난 공예 예술의 교차점이었습니다.
디올은 문화를 ‘참조’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기리는 방식’을 택했죠.
젠틀몬스터와 블랙핑크 제니가 함께한 Jentle Salon 팝업은 단순한 셀럽 콜라보의 전형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제니의 세계관으로 완성된 파스텔 뷰티 살롱 공간
사진 스팟, 인형 뽑기, 한정판 액세서리 체험까지
서울, 도쿄, 방콕 등에서 열린 글로벌 팝업 투어
이 협업은 단순히 ‘아이돌 효과’에 기대지 않았습니다. 제니는 콘텐츠 제작자이자 공간 기획자로 브랜드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맡았고,
팬들은 그 세계 안으로 ‘입장’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Nike의 N7 컬렉션은 원주민 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후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진정한 커뮤니티 기반 디자인 프로젝트로 발전했습니다.
나바호족 감독, 하우데노사우니 디자이너 등 원주민 아티스트들과의 공동 제작
문양이 아니라 이야기와 전통, 몸짓에 대한 리스펙트 중심
수익의 일부는 원주민 커뮤니티 스포츠 육성에 재투자
이건 문화의 소비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창작을 돕는 플랫폼입니다.
문화는 더 이상 '소재'나 '트렌드'로 소비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소비자는 그것이 진짜인지, 존중받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말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구분합니다.
이제 브랜드는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우리는 소비가 아닌 공존의 태도로 다가가고 있는가?”
Duolingo가 무슬림 커뮤니티와 나누는 농담,
Dior가 인도 장인들과 만들어낸 시간,
Nike가 원주민 아티스트의 삶을 담아낸 그래픽,
Gentle Monster와 Jennie가 만든 팬덤의 공간.
이 모든 협업은 하나의 메시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협업은 그저 ‘나눠 쓰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서로의 세계에 ‘진심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이런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정체성을 지지하고, 목소리를 확대하며, 공동의 서사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사고 싶어’ 하기보다, ‘속하고 싶어’ 하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의 마케팅은, 기획이 아니라 관계의 문제입니다.
일시적 캠페인이 아닌, 지속적 관계 속에서 브랜드는 신뢰를 얻고, 문화는 존중받으며, 진짜 의미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문화적 파트너십은 이제 선택이 아닙니다.
그것은 브랜드가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책임이자 감각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가장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수행하는 브랜드들이,
결국 내일의 팬덤과 문화를 함께 이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