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다시 주목하는 ‘직원 크리에이터’의 힘
“누가 제품을 가장 잘 알까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은, 매장에서 매일같이 고객을 마주하고 있는 바로 ‘판매 직원’입니다.
최근 Aerie, Macy’s, Ulta Beauty 같은 미국 리테일 브랜드들이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매장 직원들을 ‘인플루언서’로 삼는 것입니다. 브랜드 외부의 셀럽을 찾기보다, 이미 브랜드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내부 구성원을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세우는 것이죠.
속옷·애슬레저 브랜드 Aerie는 TikTok에서 Associate Picks라는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직원이 직접 등장해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소개하고, 데이트룩이나 브런치룩 추천 등 현실감 있는 패션 팁을 나눕니다. “마이크를 넘기면, 그들이 가장 잘 설명해줘요.” Aerie의 CMO 스테이시 맥코믹의 말처럼, 이 콘텐츠는 광고 같지 않아서 더욱 설득력 있고, 실제로도 조회수와 반응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이 시리즈는 2024년 5월 시작된 이후 Aerie TikTok 채널 상위 100개 중 34개를 차지하며 총 300만 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한 직원이 매칭 세트를 착용해 보여주는 영상은 76만 뷰 이상으로 지난 1년간 세 번째로 많이 본 영상에 올랐습니다. 평균 스크롤 시간이 3초인 TikTok에서 8초 이상 시청을 이끌어내는 건 대단한 성과입니다.
포인트: 따로 인센티브도 없는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진짜 팬이니까요.
백화점 브랜드 Macy’s는 2017년부터 Macy’s Style Crew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습니다. 이 크루는 초기에 매장 직원과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외부 인플루언서까지 포함된 형태로 확장됐습니다.
Macy’s는 참여 희망 직원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팔로워가 1,500명 이상일 것을 조건으로 두며, 콘텐츠 참여에 따른 상품권, 현금 보상, 수익 쉐어 기회도 제공합니다. 더불어 지역, 체형, 인종 다양성도 선발 기준에 포함되며, 이는 Macy’s가 콘텐츠 제작을 단순 ‘홍보’가 아닌 ‘대표성 있는 이야기 만들기’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포인트: 인플루언서로서의 가능성도 보고, 실제 커미션 구조를 만들어 직원도 크리에이터가 되는 길을 열어줍니다.
미국 최대의 뷰티 리테일러 Ulta Beauty는 직원 전용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인 Ulta Beauties를 운영 중입니다. 이들은 단지 제품을 소개하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손님과의 일상에서 그것을 증명하는 사람들입니다.
Ulta는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단지 조회수로만 보지 않습니다. 구직자 유입, 직원 성장, 브랜드 충성도 제고까지도 주요 KPI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Ulta Beauty에 입사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포인트: 직원 인플루언서를 통해 ‘이 회사, 나도 일하고 싶다’는 인식까지 만들 수 있는 채용 마케팅의 진화형입니다.
지금은 모든 브랜드가 콘텐츠를 만들고, 모든 사용자가 인플루언서인 시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피로도와 불신도 커졌습니다. 그런 시대에 ‘내가 자주 가는 매장의 친절한 직원’이 소개해주는 제품이라면? 신뢰의 강도는 다릅니다.
이들은 브랜드를 ‘팔기 위해’ 말하지 않습니다. 이미 브랜드를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진정성이 화면을 통해 전해집니다.
요즘 브랜드는 마케팅을 위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를 찾기보다, 매장 안에서 가장 많이 웃고, 가장 많이 제품을 만지며, 가장 자주 고객과 대화하는 사람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매장 직원들입니다.
이들은 스크립트 없이 진짜 경험을 말합니다. 뷰티 제품의 발림감을 설명할 때도, 속옷 핏의 디테일을 소개할 때도, 그 말 속엔 수많은 고객 피드백과 본인의 체험이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더 오래 보고, 더 쉽게 믿고, 더 빠르게 구매를 결정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건, 브랜드도 이 직원들의 ‘찐 팬심’에 다시 감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Aerie는 직원에게 “마이크”를 주고,
Macy’s는 직원에게 “팔로워”를 줄 기회를 주며,
Ulta는 직원에게 “커리어”를 쥐어줍니다.
콘텐츠는 기술이 만들지만, 신뢰는 사람이 만듭니다. 그리고 지금, 브랜드는 다시 그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음 번 매장에 들렀을 때, 혹시 눈에 띄는 직원이 있다면 한번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이 분, 오늘 내 쇼핑보다 콘텐츠 더 잘 뽑는 중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