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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중심에 둔 기술

Fiverr가 AI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

AI가 마케팅과 창작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요즘, 대부분의 브랜드가 ‘자동화’라는 키워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 Fiverr의 메시지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는 완전 자동화된 미래를 팔고 있지 않습니다." 이 한 마디는 단지 포지셔닝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 그 자체입니다.

이번 브런치에서는 Fiverr의 CMO, Matti Yahav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 중심의 기술’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브랜드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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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에서 리더로: 소다스트림에서 Fiverr까지

Fiverr의 CMO Matti Yahav는 Nestlé, LEGO, Disney 등 대형 브랜드를 거쳐 SodaStream에서 대담하고 도발적인 마케팅을 경험하며 실력을 다졌습니다. Yahav는 이를 "마케팅 놀이공원 같은 경험"이었다고 회고합니다.

2023년, 그는 Fiverr에 합류하며 프리랜서 시장과 디지털 크리에이티브의 변화를 이끄는 선봉에 섰습니다. 그가 줄곧 일관되게 추구해온 목표는 단 하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의 힘."


Fiverr가 꿈꾸는 새로운 일의 방식

Fiverr는 단순한 프리랜서 연결 플랫폼을 넘어, ‘일’에 대한 개념 자체를 다시 쓰고자 합니다. Yahav는 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전통적인 9 to 5를 떠난 사람들이 자신의 속도, 방식, 가치관에 맞춰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감동적이에요. 우리는 그 여정을 실현할 수 있게 돕는 파트너입니다.”

특히 최근 선보인 Fiverr Go는 초기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입니다. 디자인, 마케팅, 테크 등 다양한 과제를 한 사람이 모두 감당해야 하는 창업 현실 속에서, Fiverr Go는 즉각적이고 유연한 인재 연결을 통해 창업자의 ‘버거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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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간은 여전히 중심이어야 한다

AI에 대한 기업들의 접근법은 대체로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Fiverr는 다릅니다.

“우리는 AI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의 잠재력을 확대하는 도구가 되길 바랍니다.”

Yahav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공포’를 조장하기보다는 인간 창의성의 불가대체성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Fiverr는 AI가 콘텐츠 제작, 광고, 업무 자동화에 도입되는 시대 속에서도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어 AI를 활용하는 방식을 지지합니다.


2024년에는 OTT 뮤지컬 광고를 통해 이 메시지를 대담하게 전했고, 2025년에는 배우 Brett Gelman과 함께 AI가 창작자를 서포트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AI는 도구, 사람은 주체’라는 브랜드 철학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마케팅 조직도, 연결되어야 강해진다

전통적으로 마케팅은 ‘브랜드’와 ‘그로스(퍼포먼스)’로 구분되지만, Yahav는 이 둘을 통합적으로 운영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전략 아래서 움직입니다. 단기 목표도 장기적인 브랜드 목표와 연결되어야 진짜 효과가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조직문화입니다. Fiverr는 여전히 스타트업 DNA를 유지하며 빠르게 실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학습을 장려합니다. Yahav는 이를 ‘용기의 문화(culture of courage)’라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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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집착

Fiverr는 무려 750개 이상의 카테고리에서 유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Yahav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Fiverr를 쓰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그들은 왜 Fiverr를 쓰지 않는가? 어떤 점이 불편하거나 부족한가? 이 질문을 중심으로 외부 조사에 집중하며, 특히 Z세대와 크리에이터 지망생들의 니즈를 분석합니다.

“요즘 10대는 전통적인 커리어 대신 유튜버, 크리에이터를 꿈꿉니다. Fiverr는 그들이 ‘성공’을 정의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Vibe Coding’ 시대의 기회

요즘 마케팅 업계에서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는 Vibe Coding입니다. 개발자 없이도 인터랙티브한 디지털 자산(마이크로사이트, 랜딩페이지 등)을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접근 방식이죠. Fiverr는 이 영역에서도 프리랜서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적은 리소스로도 퍼스널라이즈된 경험과 데이터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도 여전히 핵심은 ‘사람’입니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구조를 짜고, 감성을 설계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Fiverr: 프로페셔널을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

Fiverr는 이제 단순한 연결 플랫폼을 넘어, 고급 프로젝트와 성숙한 비즈니스를 위한 Fiverr Pro 서비스도 확장 중입니다. 이는 보다 복잡하고 고도화된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풀서비스 파트너’로의 진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은 숫자와 창의성 사이의 균형이다

마지막으로 Yahav는 마케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습니다.

“브랜드 빌더도 숫자를 알아야 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야 창의성도 날개를 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마케팅의 원칙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남들과 같아서는 절대 기억되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것, 감정을 건드리는 것, 예상 밖의 무언가. 그것이 진짜 마케팅입니다.”


AI는 이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현실’입니다. 자동화, 생성, 최적화라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종종 ‘사람’의 역할을 잊기 쉽습니다. 하지만 Fiverr가 보여주는 브랜드 전략은 분명합니다.

기술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기술을 활용하는 시대.

자동화가 아닌, 확장의 도구로서의 AI.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와 감정이 여전히 소비자의 선택을 이끈다는 진리.

다시 말해, 마케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건 도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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