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서 ‘하객 패션’이 새로운 드라마가 된 이유
웨딩 시즌이 돌아왔다. 하지만 요즘 결혼식장에서 주목받는 건 신부의 드레스만이 아니다.
틱톡에서는 하객들이 “이 결혼식에 뭐 입고 가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팔로워들에게 던지며, 새로운 ‘드레스 코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양사 블레어 쿨리는 틱톡에서 8,000명의 댓글 세례 끝에 House of CB 드레스를 최종 선택했다. 220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레미 베이더는 트렌디한 ‘버터 옐로우’ 드레스 하울을 공개했는데, 댓글 창에서는 “노란색이 하얀색과 너무 비슷해 결혼식에 부적절한가?”라는 논쟁이 이어졌다.
하객 패션 영상이 하나의 장르가 될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드레스 선택 과정을 공유하고, 심지어 패러디 영상까지 양산되고 있다. “블랙 타이는 반드시 긴 드레스여야 한다”부터 “시스루 흰색은 절대 안 된다”까지, 시청자들은 주저 없이 솔직한 의견을 쏟아낸다.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교회 결혼식에는 누구나 상식적으로 맞춰 입는 드레스 코드가 있었다. 하지만 2025년, 상황은 달라졌다.
여행형·목적지 웨딩
핀터레스트 무드보드 기반의 개성 있는 콘셉트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남을 사진 압박감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하객들은 더 이상 명확한 룰북 없이 결혼식 패션을 준비한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SNS에서 ‘집단 지성’에 기대게 된 것이다.
이 변화는 패션 브랜드와 플랫폼에게 ‘황금 시장’으로 다가왔다.
Nuuly(뉴울리): 의류 렌탈 플랫폼은 올해 봄, 결혼식 하객용 ‘웨딩 게스트 에딧’을 새롭게 출시했다. 전통적인 플로럴 패턴부터 90년대 레트로 무드까지 인기 트렌드를 반영해 큐레이션된 아이템을 제공한다.
Quince(퀸스): 합리적인 가격대의 캐시미어·실크로 유명한 브랜드는 2024년부터 ‘웨딩 게스트 에딧’을 실험적으로 선보였고, 2025년에는 더 많은 실크 미디 드레스, 플로럴 프린트, 포멀 옵션을 확장했다. 하객 드레스 관련 광고를 집행했을 때, 유난히 높은 반응을 얻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즉, 하객 드레스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텔링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요즘 웨딩은 본식 하루만의 이벤트가 아니다.
웰컴 드링크
본식
애프터 파티
다음 날 브런치
이 모든 순간이 SNS에 기록될 콘텐츠로 이어지면서, 하객들은 하루용 드레스가 아니라 ‘웨딩 위켄드 캡슐 워드로브’를 고민하게 됐다. 초대장조차 RSVP뿐 아니라 ‘드레스 코드 안내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결혼식은 더 이상 단순한 사적 모임이 아니다. 하객들에게도 “좋은 콘텐츠를 남길 기회”가 된다.
웨딩 플래너 니콜 아레나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하객 패션에 몇 백 달러를 쓰더라도, 어차피 그만큼 콘텐츠를 뽑아내려 합니다.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자기 브랜딩에 도움이 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하객이 신부를 압도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 웨딩 현장에서 신부가 ‘주인공 자리’를 빼앗긴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틱톡에서 하객 패션은 단순히 옷을 고르는 과정이 아니라 세대가 결혼식을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신부의 드레스만이 상징적이었지만, 이제는 하객들까지 자신의 패션을 ‘콘텐츠화’하고, 브랜드들은 이 지점을 전략적 접점으로 활용한다.
웨딩은 여전히 전통적인 의식이지만, 동시에 디지털 세대에게는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2025년의 결혼식장은 결국, 신랑 신부와 하객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메인 캐릭터’가 되는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