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회

김시헌 신작 시

by 김시헌

라벤더 꽃을 키워보고 싶었다.
까만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있을 때
천호동 어느 5층 건물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바다처럼 다가오던 라벤더 향기가 참 좋았다.

초등학교 내 짝꿍은
빨간색은 외향적이고
파란색은 냉정하고
보라색을 고른 나에게는
감수성이 많지만 미쳐버린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날 저녁 우리 할머니는 자다가 귀신을 보면
식구들이 없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귀신이 가족들을 해코지 하지 못한다고 했다.

대학교에서 식권을 뽑다가
잘 못 나온 식권을 주머니에 몰래 넣은 일과
사귀던 친구에게 이유 없이 화를 냈던 일들
아버지가 집에 와도 자는 척했던 일들을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