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요즘 코로나로 모두가 난리다
나의 경우 코로나 때문에 (혹은 덕분에) 표면상으로는 하는 일이 없어졌고, 실질적으로는 몸과 머리가 바빠졌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식품회사다. 평범한 상황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 별 볼 일 없어 보였던 업계이지만 이런 위기적 상황이 오니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덕분에 나는 감사하며 언택트 시대의 틈새시장을 노리며 백조의 다리같이 안 보이는 곳에서 엄청난 노를 저으며 지내고 있는데. 난 이것도 힘들다고 징징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다보면 절대 징징댈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떤 지인은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고, 어떤 지인은 연봉 삭감이 현실로 다가온다고 했다.
엄친딸은 여행업계라 이미 회사를 그만둔 상태라고 엄마한테 들었다. 그동안 해온 게 그건데 앞으로 뭐해먹고 사냐며...
대학교 때인가.
연예인들이 정말 인기가 폭발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본격적으로 엔터테이너가 유행이 된 시기라 많은 연예인들이 너의 영역 나의 영역 상관없이 출연하고 봤고, 뜨고 지고 반복했다. 그때는 노래를 못 불러도 얼굴이 예쁘면(혹은 잘생기면) 인기가 많았고, 연기를 못해도 얼굴이 예쁘면(이경우도 혹은 잘생기면) 인기가 많았다. 인기가 많은 정도가 아니라 그녀가 착용한 제품이 완판 되는 완판녀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그때는 보통 여자들이었다). 나는 그때가 우리나라 외모지상주의를 폭발시키는 시기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패스하고.
그런데 이상하게 예쁘기만 한 가수나 예쁘기만 한 연기자들은 금방금방 사라졌다.
노래를 진짜 잘하는 가수는 안 예뻐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조금 덜 예뻐도 연기 잘하는 연기자는 오랫동안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 친구 중 한 명은 노래를 부르듯이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되고 연기자는 연기를 잘해야 돼 외모도 다 필요 없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본인이 직접 생각한 철학인지 인생을 더 많이 살았던 인생선배에게 들은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서 보면 그 친구의 말은 참 맞는 말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본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꾸 밖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많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사회 분위기 또한 N잡, 사이드잡, 긱 워커 등으로 부업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나도 그에 휩쓸리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힘이 있고 연기자는 연기를 잘해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힘이 있음을.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생존전략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런 혼란의 시대에서는.
이건 다른 누구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한테 하는 이야기다. 본업을 잊지 말자 나 자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