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가 제일 아까웠어요
몇 개월 전 월셋집으로 독립했다.
본가에서 키우던 고양이 보리와 함께.
공간의 독립, 경제적인 독립과 함께 찾아오는 것은 꽤나 많았다.
휴지, 물, 생리대, 종량제 봉투 같은것들을 내 돈으로 사야 하는 것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본가에 있으면 당연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물품들을 사야하는 주기는
생각보다 상당히 자주 찾아왔다.
월세 내는 날은 어찌나 금방 찾아오는지 마치 월세 내는날 전과 후로 인생이
나뉘는 듯도 했다.
거기에 나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였던 것.
대량 사료는 사도 사도 금방 똑 떨어졌고
모래는 금방 더러워져 재구매를 반복해야했다.
원룸에 사는 고양이가 혹여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페로몬 디퓨저부터 스크래쳐,
값이 꽤 나가는 오뎅꼬치까지 돈쓸 구석은 팔수록 넘치게 발굴되는 것이었다.
나름 월급작가로 살고 있기에 종량제 살 돈쯤이야 충당할 수 있었지만..
월세내고 밥을 사먹고 두루마리를 대량구매하면서 생각했다.
그래도 혼자를 책임지는 삶은 가치 있다고.
가족들과 함께할 때는 그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스스로의 시간에 대한 책임감은 희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집에 누군가가 있으면 공부나 업무를 하기 싫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본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집에서 나오고 나서는 밥도 혼자서, 청소도 혼자서, 일도 혼자서 해야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온전히 내가 책임지고 운용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부지런해질 수 있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누가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나를 채찍질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헬스장에 가고
다이어트 식단을 챙겨먹고 카페에 가서 작업을 하고
혼자만의 공간을 쓸고 닦아 산뜻하게 삶의 터전을 가꾸고.
돈은 줄줄 새지만, 책임감은 단단해지는 것. 1인가구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