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가성비
-회사와 가성비
회사생활을 해본바 내린 결론은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가성비가
좋지 않은 활동이라는 것이었다.
회사를 가기위해 한시간에서
두시간, 세시간까지도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한다.
통근길에 모르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겨우 회사에 도착하면
9시간에서 10시간,
야근까지 하면 그이상을 같은 자리에서
모니터만 쳐다보며 앉아있어야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원치 않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원치 않은 얘기를 하며
거짓 리액션을 해야하고
원치 않는 메뉴로 배를 채워야한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 모르며
상사가 던지는 실없거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에 적당히 대응하며
음식을 우겨넣을 때,
도대체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혼돈이 멈추지 않는다.
그런 혼돈을 하루에 10시간,
일주일에 5일을 느껴야 한다니.
그래서
때가 묻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능숙하게 적당한 농담을 칠 줄 알고
내가 할 수 없는 업무는 능수능란하게
남에게 미룰 줄도 아는
그런 사회인이 되고 싶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내가 살아 남는 결론을 얻으면
아무런 자책없이 일상을
무던하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삶의 때가 적당히 묻어
‘인생이 이런거지’ 하며
의구심 없이 살아가고 싶었다.
그런 내가 되기에 너무 유약했고
생각이 많았으며 사람을 좋아했다.
결국 한데 뭉쳐 일하는 것을 포기했고
스스로 조직에서 멀어지는 것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있어
잘 한 선택이 되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고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내일 아침 의문의 사고로
눈을 뜨지 않았으면 바라지 않게 되었다.
출근 길 달리는 차에 몸을 던지면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겠지.
갑자기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면
결근의 합당한 이유가 되겠지.
하는 무력한 생각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매일을 같은 시간에
모니터만 바라보며
누가 나를 언제 불러
일을 지시하거나
퉁을 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일주일 중 5일을 바쳐야 하는
생활은 너무나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었다.
사무실에 들어가 앉아있는
나는 초시계가 움직일때마다
조금씩 풍화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마모되어 가고 있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원치 않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하루에 절반을 보내며
나는 나를 잃어갔다.
나를 잃어가는 보상으로 쥐어주는 돈은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정기적인 경제적 안정을 준다는
심리적 보상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곳을 떠나온것이다.
-글과 가성비
나는 글을 써오면서 항상
영상 텍스트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장면과 상상하며 이런이런
대사를 치는 인물들을 상상하며
내 머릿속 씬들을 활자로
탄생시키는 작업이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산문, ‘줄글’에 좀 재능이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면서 소설 수업에서는
B이상 받아본적이 없다.
드라마 연구나 시나리오론 수업에서는
A이하를 받아본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재능이 있어보이는 쪽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20대 초반에는 영화감독의 꿈을 꾸었으나
100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졸작을 찍은 감독 마저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참으로
훌륭한 머리와 지식수준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난 뒤,
그리고 수많은 수작들을
섭렵하기 시작하면서
지레 겁을 집어먹고 포기했다.
대신, 영화의 끄트머리라도
붙잡고 있고 싶은 마음에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것이다.
코로나 사태이후 영화관이 몰락하기 시작했고
또한 작가의 영향력이
영화보다는 드라마쪽이 세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두둥.
영상이 될 재료인 대본을 쓰는
작업이 참으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작업이라는 것을 느끼기에 이른다.
영상이 되지 않으면 그저
‘어떤 어떤 영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식의 매뉴얼밖에 되지 않는 글 뭉치.
활자 자체로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글을 쓴다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그래서 지금은 에세이를 쓰고 있다.
웹소설도 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회사가 끝나고 취미로도 쓰고
손가락만 있으면 쓸 수 있는
레드오션중에 레드오션인
두 가지 분야에
나는 하루의 시간을 통으로 내어준다.
이러다가 또 그래도
‘영화가 짱이지. 간지 나잖아?’
하면서 시나리오의 세계로 뛰어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손 끝에 내맡기는
이 순간이 좋다.
글의 가성비는 결국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니,
내가 쓴 글들은 가성비가
모두 떨어지는 글이었다는,
안타까운 결론을 내려보며
씁쓸하게 맺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