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훈련 연대기 : 말 없는 엄마들의 시간

1.“재능 없어”라며 무너진 아이, 말 못한 엄마가 무너졌다.

by 다정한 연습
칭찬받는 친구와
나무 뒤로 숨는 아이 사이.
“나는… 재능 없나 봐.”
아이의 속마음에 나는 어떤 말도 붙여주지 못했다.
그 한마디에
엄마인 나는 무너졌다.
그날, 엄마인 나의 훈련도 시작되었다.

그날, 놀이터였다.
햇살은 유난히 맑았지만, 내 마음속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유민이는 소영이 주변을 맴돌며 쭈뼛쭈뼛 춤을 따라 했다.
소영이는 유연한 몸짓으로 리듬을 끌고 나갔다.
아이들의 움직임은 흘렀고,
나는 그 장면 속에서 유민이의 눈이 어디를 따라가는지 보고 있었다.

친구, 나, 그리고 소영이 엄마의 표정.
유민이는 그것들을 번갈아 훑었다.

나는 소영이를 감탄하듯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유민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었다.

“와, 소영이 리듬감 정말 좋다.

유민이도 점점 자신 있게 동작을 하네.”


그 옆에서 소영이 엄마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와, 너 이렇게 춤 잘 췄어? 엄마 진짜 놀랐어.
와, 소영아 너 뭐야, 이야…”


그리고 그다음 순간. 유민이의 동작이 멈췄다.

아이가 나무기둥에 기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재능 없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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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나를 덮쳤다.
내 말은 목구멍에서 턱 하고 걸렸고,
내 눈은 유민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멈췄다.


소영이 엄마는 아이를 향해 웃고, 칭찬하고,
같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춤을 이어갔다.
그 둘의 리듬은 단단했다.

반면 유민이는 점점 나무 뒤로 숨어 들어갔다.

나는 억지로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 눈으로만 유민이를 따라갔다.
그 순간, 나는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말이 뭔지 알겠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분위기를 깰까 봐,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침묵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 침묵이,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또, 놓쳤다.

-

소영이 엄마가 유민이를 피로한 듯 바라보던 그 시선.
유민이가 점점 몸을 움츠리던 그 자세.
익숙했다.
처음이 아니었다.


“난 아무 재능도 없어. 나는 못해.”

그건 아이의 목소리였지만,
내 안에서 계속 메아리치는 말이기도 했다.


나는 또 분석했다. 또 해석했다.
엄마였지만, 아이 마음의 안내자가 되지 못했다.

아이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이며
소영이 엄마가 들을까 조심조심 말을 꺼냈다.

“유민이도 재능 있지. 종이접기도 잘하고, 상상도 얼마나 잘하는지 알잖아…”

하지만 그 말은 유민이 마음에 닿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
‘질투’라는 말을 꺼낼까 봐 조심했고,
‘부러움’이라는 단어를 기대했다.


그런데 유민이는 그냥, 외로웠던 것 같다.
같이 놀고 싶었고, 닮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마음에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 이름도 붙여주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민이는 말했다.


“나도 춤 잘 추고 싶었어. 나도 칭찬받고 싶었어.”


그 말은 내 맘을 둥둥 쳤다.

“그랬구나.”
그 말로는 어림도 없었다.


나는 겉으로 보기엔 말 많은 엄마였지만,
정작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말을 건넬 줄 몰랐던 사람.

겉으로 보기엔 말을 잘하는 아이였지만,
그 마음은 늘 말 없이 웅크리고 있던 아이.


그날, 나는 무너졌다.


내가 놓친 게 무엇이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감정 훈련은, 그날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아이를 위해 시작했지만,

어쩌면 나를 위한 훈련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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