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순> 영화 버전이라면

영화 <이터니티(영원)>을 보고

by 시드업리프터

영화 <영원(이터니티)>을 보고 왔다. 저예산 인디영화에 속해서 그런 지 대작의 느낌은 아닌데 지금까지 제작비 3배를 넘는 흥행을 올리고 있다고 하니까 인디영화 치고는 꽤 대박 친 영화라고 볼 수 있을듯하다. 뮤지컬로도 나오면 꽤 재미있는 구성이 될 것 같다. 재미있게 봤다.


영화제목이 이터니티라고 단순히 한 단어 담기에는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을 잘 못 살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너무 재미있게 봤고, 사후 세계와 로맨틱 코미디라는 예상되는 클리셰 묻은 세계관에도 마음을 콕 찌르는 대사와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칼럼터너는 극 중 루크 역할이고 두아리파의 영화 같은 현실 사랑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영화만큼이나 뛰어난 러브스토리를 갖고 있는데 여기서는 첫사랑을 67년 동안 기다린 바텐더로 나온다. 근데 너무 멋있고 자기 관리 끝판왕으로 나온다. 지고지순하고 순수한 사랑인데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군인 역할이다. 유명한 올슨 자매의 막내이자 어벤저스 캐릭터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는 엘리자베스 올슨은 극 중에서는 조앤이다. 의외로 능청스러운 연기와 아줌마 같은 목소리가 돋보였는데, 세상을 다 살아본 할머니의 말투여서 그런 것인지 캐릭터 해석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래리는 처음 보는 인물인 마일스텔러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로, 죽은 노부부가 사후세계에서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인데 2번 결혼한 조앤(엘리자베스 올슨)이 첫 남편과 두 번째 남편을 한 순간에 맞닥뜨리며 심적 갈등을 겪는다. 왜냐하면, 사후 세계에서는 앞으로 어떤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갈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 중 하나를 간다고 하는데, 영화적 배경은 둘 다 해당되지 않는 Junction이다. 영화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나이의 얼굴로 천국, 지옥, 자본가 세상, 해변가, 1960년대 파리 등 하나의 세계관을 정해서 영원히 살아가게 되어 있는 현실 같으면서도 비현실 같은 설정이 블랙 코미디 같다.


조금 더 떨어져서 보면 이 영화는 내가 선택하고 버린 것에 대한 기회비용에 관한 철학 같다. 첫 남편 루크와 조앤은 동네에서 유명한 선남선녀 부부였는데, 한국 전쟁으로 사별한 부부로 그 사랑을 미처 끝내 보지 못해 평생 그리워하면 살게 된다. 루크와 마주했을 때 설렘과 사랑이 넘치는 조앤의 얼굴이 나온다. 넘치는 사랑에 조앤은 예쁘고 설렌 표정을 하고 있다.


두 번째 남편 래리는 조앤이 사별로 인해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웃음을 준 존재이다. 두 번째 결혼으로 조앤의 친구 카렌은 다시는 웃지 못할 것 같던 조앤이 래리 덕분에 다시 행복을 찾았다고 말해준다. 래리와 두 아이가 있고 평생 희로애락을 함께하면서 인생의 추억을 쌓은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로 나온다. 물론 설렘이 없고 조앤은 래리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진다. 그만큼 편하다는 뜻이겠지. 조앤은 사후에서 평생 함께할 래리, 루크 중 골라야 하는데 내가 봐도 정말 머리가 아플 것 같다. 그런데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할 사람은 다르다는 것.


언제나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는 루크는 평생 꿈꿔왔던 조앤과의 사랑을 끝으로 완벽해 마지않는 사후 세계를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언제나 루크 옆에 있는 조앤은, 래리가 보기에도 아름답고 너무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보인다. 반면에, 래리와 조앤은 늘 다투지만 애정이 담겨 있고 둘 사이에 아이들이 있어서 죽어서도 평생 추억할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 둘은 이야기가 끊임없지만, 루크는 애정만이 가득하다.


결국, 조앤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고 친구와 1960년대 파리로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첫 남편과의 사랑에도 끝이 있었고 두 번째 남편과도 죽음으로 끝난 것은, 끝이 있어서 사랑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거라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반면에 래리는 그때 깨닫는다. 내가 함께 있을 때 보다 루크와 함께 있을 때 조앤의 모습이 훨씬 아름답고 사랑에 빠진 여자 같다고. 그래서 그는 사랑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빌어준다.

여기서 래리에게 한번 더 감동을 받았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보내줄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성숙한 사랑의 시선을 봤다.


힝, 이 영화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줄거리였다. 물론 관객으로선 답답함을 느꼈지만, 실제로 내가 그 상황에 있어도 루크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가 래리에게 마음을 보내기도 하고 계속해서 고민되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아쉬운 사랑과 끝장을 본 사랑과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서.


그런데 스크린 밖의 관객도 큰 고민을 떠안고 있었던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그 뒷 이야기를 영화를 직접 봐야겠지만, 래리에게 두 번째로 성숙한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조앤이 떠난 그 자리에서 사랑하는 자녀와 손주들을 기다리는 것. 그것으로도 루크는 이미 다 가진 사람이었는데.


진짜 설레는 연애는 사랑에 빠진 그 당시에는 기분이 좋겠지만, 소울메이트를 만났을 때는 내 본모습 그대로 싸워도, 좋아도, 화가 나도, 미워도 그 자체로도 같이 추억을 쌓는 존재인가부다. 아직 평생 단짝을 안 만나봐서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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