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 검사 받았다
프리랜서로 독립하며 가장 큰 화두는 '불안'이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삶을 내 기질이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노마드와 프리워커라는 이름표가 주는 설렘이 불안보다 조금 더 크지만, 내면에서는 '시행착오를 겪고 싶은 나'와 '손해를 피하고 싶은 신중한 나'가 매일같이 충돌한다.
내가 정말 홀로 서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성수동 작업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질 및 성격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스스로 예측했던 나의 모습과 결과지 사이에는 4개 중 3개나 차이가 있었다.
1. 빗나간 예측
위험 회피: 나는 내가 리스크를 꺼리는 겁쟁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나를 '불도저'라 부르거나 '양파쿵야'의 눈빛을 가졌다고 했던 말들이 단순한 농담이 아닌 데이터로 증명된 셈이다.
사회적 민감성: 타인의 눈치를 적당히 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민감도가 매우 높은 축에 속했다.
인내력: 스스로 끈기가 부족하다고 믿어왔는데, 의외로 참을성이 높고 충동을 억제하는 힘이 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2. '회사 인간' 시절의 재해석
동료들과 결과지를 나누며 대화하다 보니, 회사원 시절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늘 내 탓을 먼저 했다. 하지만 나의 기질을 객관적으로 마주하고 나니, 그때의 나는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나의 높은 '인내력'과 '민감성'으로 최선을 다해 참고 버텼던 것임을 깨달았다.
"아, 그때 참 많이 참았구나."
뒤늦은 알아차림은 자책 대신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나를 괴롭혔던 문제들이 사실은 내 기질과 환경이 부딪히며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였음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3. 쳐다보기 싫은 숫자
검사지에서 가장 낯설었던 것은 분석 내용보다 '연령' 칸에 적힌 숫자였다. 어느새 이만큼 나이를 먹었나 싶어 헛웃음이 났다. 자꾸만 시선이 가는 숫자를 손으로 슬쩍 가려보기도 했지만, 이내 인정하기로 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용기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 기질이 있다. 그래프의 길이나 숫자에 정답은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기둥을 가진 사람인지 명확히 아는 것이다.
이제 나는 내가 '참는 데 능숙한 사람'인 동시에 '거침없이 몰입하는 불도저'임을 안다. 이 기질들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만의 일터를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것이 지금 내게 주어진 숙제다. 비록 숫자는 조금 늘었을지언정, 나를 알아가는 과정만큼은 여전히 새롭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