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금천폭포공원에서

우리 동네 대놓고 숨어있는 명소

by 시드업리프터

온 동네가 러브버그로 떠들썩했던 얼마 전 산책을 다녀왔다. 나는 아빠와 가끔 산을 타고 호압사에 가거나 엄마와 가끔 안양천에 들르곤 한다. 여름, 가을, 봄, 겨울까지 걸을만한 날씨가 되면 언제든 주저 없이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날도 벌레가 싫어하는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고 가벼운 물통 하나를 챙겨 아빠 뒤를 따랐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방향으로 길을 틀었고 데크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금천폭포공원이에요?”

사계절을 금천구에서 보낸 지 11년이나 됐는데 이곳에 그날 처음으로 발 길을 들였다. 지금쯤이면 동네 잘 알(잘 알고 있다의 줄임말) 수준이 되어야 마땅한데 나의 생활반경 안에서도 여전히 모르는 곳, 가지 않은 곳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과 경기 길목에 위치한 금천구답게 집에 있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날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근처에서 버스를 타거나 횡단보도를 걷거나 카페를 이용하는 그 거리에 있는 금천폭포공원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리가 없다. 심지어 지금의 박미삼거리 버스정거장 이름이 예전에는 금천폭포공원이었던 만큼 눈길 한번 줄법한 그곳에 대해 내가 참 무심했었다.

이것은 발견에 관한 이야기다. 금천구에서 여름을 나는 새로운 방법을 말이다. 우연히 아빠랑 들른 금천폭포공원은 ‘경기도에서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관문 성격의 교통 요충지로 박미 고갯길의 자연 지형을 이용하여 경사면에 인공폭포를 조성했으며 상부는 문화회관과 공원시설을, 하부는 연못 형태의 수조가 있는 공원이다. 인공폭포의 3개 물줄기는 금천구의 가산동, 독산동, 시흥동 3개 동을 상징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나는 왜 지금까지 금천폭포공원에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달리 말하면 충분히 가볼 만한 데도 나는 왜 그 장소를 방문할 생각도 없었던 것일까? 이것은 나의 취향과 선호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선 나는 궁금한 것은 못 참고 무엇이든 해보는 편이고 인스타그램에 뜬 사진 한 장만 봐도 내가 가보고 싶다면 직접 눈으로 담아 올 정도로 여행에 적극적이다. 산과 바다를 좋아하고 도심 속 공원이 있다면 앉아서 최소 15분 이상 멍 때리고 올 수 있는 공간에 애정을 느낀다. 접근성이 좋고 앉을 공간이 있는 곳이며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라는 3가지 기준에 금천폭포공원이 얼마나 충족한 지를 뜯어보려고 한다.

첫째, 접근성이 매우 좋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해 아주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이곳이 좋아서 우연히 들를 수 있을만한 공간까지는 아니다. 대로변에는 이정표도 딱히 없다. 이미 주변을 잘 아는 동네주민이거나 미리 검색하고 오는 사람들만이 ‘공원’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둘째,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긴 있다. 서울 지역 내 조성된 다른 인공폭포와 공간 구성이 많이 다르다. 보통 폭포가 조성된 공원을 떠올리면 폭포가 떨어지는 (인공) 자연 경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감상할 수 있는 곳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곳은 폭포 위에 공원이 있다. 탁 트인 서울 하늘을 한적하게 즐기기에 제법 훌륭한 곳이지만 이른바 폭포뷰를 앉아서 보는 것은 공원의 공간 구조상 불가능하다. 홍제천폭포공원을 예로 들면 ‘ㄴ’ 모형이다. 폭포 면이 왼쪽이고 공원이 바닥면으로 90도로 맞대어 있는 형태라면 금천폭포공원은 ‘ㄱ’ 모형이다. 폭포 면이 오른쪽 옆면이고 위 뚜껑이 공원으로 조성된 것이다.

셋째,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은 아니다. 금천폭포공원 이름과 달리 이 공원에 갔다 왔다는 인증샷을 찍으려 해도 폭포를 제대로 담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드론을 띄우거나 맞은 편의 길을 건너는 것도 방법이지만, 나와 같은 가벼운 산책인들이 그렇게 까지 노력해서 사진을 찍어도 건질 수 있는 인생샷이 없을 것이다. 잘 나온 사진 한 장은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

만약 폭포를 배경으로 전신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 친구들에게 여름휴가를 갔다 온 것이냐는 반응을 이끌 수도 있다. 폭포를 곁에 두고 셀카를 찍을 수 있다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도 있다. 게다가 콘텐츠 홍보의 알고리즘에 따라 장소 정보와 해시태그에 자연스럽게 금천폭포공원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곳까지 자연스럽게 노출이 될 수도 있다. 요즘 사람들이 궁금해서 찾아올만한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금천폭포공원이 아직도 명소 반열에 오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아빠와의 산책 이후로 나는 금천폭포공원이 마음에 들어서 몇 번더 들르곤 했다. 지금까지 금천구의 전경은 안양천과 쭉 뻗은 다리를 담는 모습이었고 조금 뻔하게 보였는데 경기와 서울을 잇는 바로 그 길목이 드론이 내려다보는 것처럼 혹은 새의 시각에서 전망을 한눈에 보는 뷰가 나에게는 새롭게 보였다.

금천폭포공원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개한다면? 뭐랄까 나만 알고 싶은 동네의 은밀한 아지트로 표현해서 은근한 단골 방문자를 유도하는 전략을 꾀할 것이다. 금천폭포공원은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피로감에 젖을 때, 딱 한 시간쯤 숨어 있을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이다. 금천폭포공원은 한여름 무더위에 지쳐 청량감을 느끼고 싶을 때 폭포가 떨어지는 물소리 ASMR로 청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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