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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Mar 09. 2017

우리 회사에 성소수자가 다닌다?

혹시 이런 생각 해보셨나요?

파티션 너머의 모태솔로 김 대리가 사실 10년째 연애 중인 게이일지 누가 압니까? ©pixabay


지난주에 직장 건강검진 받으러 갔던 병원의 그 간호사는 바이섹슈얼이다.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동성애자다.


아마 해보신 적 없으실 겁니다. 그리고 제 질문이 당황스럽거나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쟤는 뭔데 갑자기 이런 걸 물어봐?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레즈비언입니다. 유동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예쁜 동네언니, 친척 언니들만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바비인형보다 변신로봇이 좋았고, 엄마한테 플라스틱 장난감 칼을 사달라고 졸랐는데 엄마가 은장도를 사주셨을 때는 너무 서러워서 엉엉 울었습니다. 은장도로는 전쟁놀이에 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좀 더 나이를 먹고서는 여자애들이 동방신기니 샤이니를 좋아할 때 저는 소녀시대를 좋아했습니다.

소녀시대 덕후였던 아가레즈 유동이는 자라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게 됩니다. ©QiC


유동이의 생애 첫 커밍아웃


수능 시험을 치고 스무 살 때, 중학교 시절 단짝친구에게 제 인생의 첫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친구야 나 사실 레즈비언이야. 나는 여자를 좋아해.”

“아 그래? 전혀 몰랐네.”


대학 졸업을 앞둔 스물네 살 때, 고등학교 단짝친구에게 두 번째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친구야 나 사실 레즈비언이야. 나는 여자를 좋아해.”

“아 진짜? 완전 몰랐어.”


너무 이상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여자 연예인만 좋아했고, 남자 이야기에는 한 번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고, 남자친구도 사귄 적이 없는데 왜 제 친구들은 유동이가 레즈비언일 수 있다는 의심 한 번 해보지 않았을까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입사 동기와 연애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는 레즈비언이라서 남자친구 안 사귀고 여자친구 사귄다”라고 밝혔는데 전혀 몰랐다더군요. 참고로 저는 회사에 출근할 때도 노브라에 중성적인 ‘걸커(걸어 다니는 커밍아웃)’ 옷차림으로 출근합니다. 


2016년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도쿄 레인보우프라이드 참가자가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섯 빛깔의 무지개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색깔입니다. ©QiC


세상에는 많은 수의다양한 성소수자가 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4년 7월 발표한 국민건강면접조사(NHIS) 보고서에서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1.6%, 양성애자라고 답한 사람은 0.7%였습니다. ‘잘 모르겠다’ 혹은 ‘기타’라는 답변은 1.1%였고, 나머지 96.6%는 통상적인 이성애자라고 답했습니다.


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지난 2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5-16년 워싱턴DC의 성인 성소수자 인구비율은 8.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고 하네요. 가장 성인 성소수자 인구비율이 낮았던 사우스 타코타주의 비율도 2%였다고 합니다.


2016년 서울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행렬. 이날 퍼레이드에는 주최 측 추산 무려 5만여 명(경찰 추산 1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습니다. ©QiC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전 국민의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통계를 낸 바가 없으므로 정확한 수치 파악은 어렵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조사 결과에 따라 어림잡아 전 국민 중 3% 정도가 성소수자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수준입니다.


100명 중 3명. 제가 전체 임직원 수 100명 규모의 중소기업 재직자라면 우리 회사에 성소수자가 3명 다닌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성소수자 직장인을 본 적이 없을까요?


‘직장동료 아무도 나의 정체성을 모른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행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2014)에 따르면 69.5%의 성소수자 응답자가 ‘직장동료 아무도 나의 정체성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또 16.7%는 ‘거의 대부분이 모른다’고 답해 상당수의 응답자가 직장에서 정체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키노트와 포토샵으로 한 땀 한 땀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QiC 공식 로고. ©QiC


우리 회사에 성소수자가 다닌다

(Queer in Company, QiC)


성소수자의 존재가 아직은 낯선 2017년 대한민국. 제 주변 일반 이성애자 지인들에게 성소수자 하면 떠오르는 사람을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김조광수 감독, 홍석천 씨, 서울대 총학생회장 김보미씨, 트랜스젠더 하리수씨 등 방송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조금 더 평범한, 우리 일상과 닿아있는 성소수자 모델이 부족한 현실에서 ‘퀴어인컴퍼니( Queer in Company, QiC)’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의 일상, 성소수자들의 평범하고도 다양한 삶과 생각들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일반 독자들에게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드러냄과 동시에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는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우리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연재 계획
제 주변 성소수자들 중 퀴어인컴퍼니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지인들을 한 분 한 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모은 인터뷰이들은 5명입니다. 혹 앞으로 연재될 인터뷰들을 읽어주시고, 인터뷰이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으신 퀴어 독자가 계신다면 이메일(queerincompany@gmail.com)이나 QiC 트위터 공식계정(@queerincompany)으로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퀴어인컴퍼니(Queer in Company, QiC) / 우리 회사에 성소수자가 다닌다

직장인 성소수자 드러내기 프로젝트 매거진입니다.

queerincompany@gmail.com

트위터 https://twitter.com/queerincompany

QiC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queerin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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