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른이 됐다.

그렇게 어른이 됐다.

by 하르엔
어른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절친은 아니지만 안부 정도 묻고 지내면서 가끔은 맥주 한잔하는 지인의 신입사원 당시 스토리다. 지인은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이라는 구멍을 뚫고 나와 입사한 지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문득 매너리즘에 빠져 같은 삶을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쳇바퀴 돌리 듯 살아가는 날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왜 이렇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선배에게 물어봤다.


팀장님 행사 왜 이렇게 해요?"


우선 그냥 해. 여태까지 해왔던 일이야.”


그 후로 물어보는 습관이 점차 줄어들었다. 찾아보는 습관도 있었지만 해일처럼 몰려드는 업무에 밀려 볼 수조차 없었다. 대충 알고 있는 선배의 말에 움직일 뿐이었다. 어린아이가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그 모습이 아닌 기계처럼 무의식적으로 일을 하며 이 일의 근본이 결국 어떻게 의미가 있는지 조차 모른 채 말이다.



“어른은 자신이 행한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학창 시절 끝없이 들어왔던 어른의 단어. 오늘날 사전의 정의에 쓰여있듯 무늬만 어른이 되고, 직장에 들어가 그 의미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 겪게 됐다. 입사한 것으로 들떠있는 신입사원들은 뭐든지 열심히 할 것이라 다짐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가 물어봤지만 시원찮은 대답만 해줄 뿐 '원래 그랬어'그냥 처리하라는 선배들의 말.


이해가 되지 않은 업무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 기대에 부풀어 처음 하는 일에 힘이 들어가 실수가 나오고, 실수에 대한 대가는 참혹했다. 업무담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독박을 써야 하는 신입사원은 자신이 들어온 회사에 큰 상처를 받았고, 왜 이런지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업무담당이 책임져야지’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신입사원은 억울했다. 사극에서 곤장을 맞은 듯 말로 후벼 파는 책임의 단어는 비수가 되어 자부심에 구멍을 내 마음속 깊은 어두운 곳까지 침몰시켰다. 애초에 검토자와 결재자는 배제하고 시작하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 방식이었다. 모두가 이렇다는 건 아니지만 정작 중요한 사건들을 봐주지도 않고, 일이 터지면 왜 그랬냐고 할 뿐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고, 머리와 허리가 펴지지 않을 정도로 연신 죄송하다는 인사만 할 뿐이었다. 가는 말은 곱지만 오는 말은 말벌들의 독침처럼 따꼼하게 돌아왔다. 신입사원은 이해할 수 없다. 팀장도 자녀가 있고, 자신의 나이와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신입사원은 이해해보려 했다. 하지만 도저히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도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자신보다 훨씬 어른인데 어른다운 모습이 없다. 질문을 하면 시원찮게 대답을 해주며 ‘그런 거 물어보지 말고 좀 찾아보든가 아니면 전임자에게 전화해봐~’라는 답변뿐이다.


결국 사원은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경위서를 제출하게 됐다. 일이 일어나기 전 충분히 맡은 업무에 대해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알아서 해’라는 답변뿐 일이 터지고 난 뒤 ‘어른이면 일에 책임을 져야지’라는 말뿐이었다.


계속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시원찮았으며 학습능력이 생겨 말없이 일만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신입사원은 전쟁터에서 백기를 든 병사처럼 백지를 제출했다. 패기 넘치는 모습을 회사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사회에 나가기 전 부모나 학교 또는 미디어에서 직, 간접적으로 보게 된 어른의 정의. 높은 직책에 있는 회사 사람들은 과연 책임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질문을 하면 어른이 아니고 어린아이인가? 어른은 질문을 하면 안 되는 건가? 개인적으로 사전의 정의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4. 왜?라는 질문을 못하는 사람.




이전 08화우리는 오징어 게임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