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씨앗 Oct 18. 2021

팬데믹 시대에 발레하기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삶에 급작스럽게 침투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가장 먼저는 마스크를 써야 집 밖에 나갈 수 있다. 내가 발걸음 하는 거의 대부분의 곳에서 나의 출입기록을 남겨야 한다. 손 소독을 비롯한 개인위생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다, 살짝 감기기운만 느껴져도 혹시? 하는 걱정이 시작된다. 이 망할 놈의 바이러스가 어떤 악영향을 주었는지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 카오스 속의 발레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대부분의 생활이 락다운 되었던 시절에는 발레 학원도 문을 열지 않았다. 학원이 문을 연다고 해도 아이들이 등원하지 못했던 시절이라 학원에 가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그렇다고 집에서 가만히 있을 쏘냐. 바로 이 때 유튜브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위대한 알고리즘의 세계로 풍덩. 처음에는 홈트 (홈트레이닝) 영상을 찾아 보는 것이 전부였다. 홈트레이닝, 발레스트레칭, 발레매트운동 등등이 나의 주 검색 키워드. 몇 번의 검색과정을 거쳐 마음에 드는 몇 가지 영상을 저장해두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스트레칭을 곁들인 운동을 했었고, 지금도 클래스가 없는 날에는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스스로 운동을 찾아 하게 만든 것, 이것이 팬데믹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발레 관련 키워드로 검색을 하다 보니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더 넓은 발레의 세계로 인도해주었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발레의 세계에 초대 받은 느낌이다. 프로 발레리나들의 연습영상에서 발레리나들은 무엇을 먹나, 어떤 연습을 얼마나 하나, 어떤 고민을 하나 엿볼 수 있다. , 나 같은 취미 발레인 들의 브이로그에선 나처럼 발레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 또 일반인인데도 발레를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수업에서는 얻지 못했던 발레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예쁘고 편한 발레복이나 발레슈즈, 레오타드 입을 때 속옷은 어떻게 입는 지, 쉽게 머리망 올리는 법, 일반인 대상 콩쿠르 준비 같은 것들. 알면 알수록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지는 요즘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진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각종 발레단에서 올려주는 주옥 같은 발레공연 영상이다.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 그리고 해외 유수의 발레단에서는 온라인으로 공연 영상을 송출해주기도 하고, 이전의 발레 공연 영상을 올려준다. RAD 시험 레파토리 중 하나여서 익숙해진 파키타 보석 솔로 파트나 탬버린 댄스로 유명한 돈키호테 키트리 바리에이션 등 말로만 듣던 발레 작품들을 영상으로 나마 접하면서 “와 발레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있다. 물론 직접 가서 현장감 있는 공연을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없이 또 내가 좋았던 부분은 몇 번이고 돌려볼 수 있는 온라인 공연 영상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여전히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제 대부분의 체육시설, 학원들은 엄격한 인원제한 및 개인위생 준수의 전제조건 하에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매트나 바를 좀 더 여유 있게 쓸 수 있어서 집중이 더 잘 되는 느낌은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스크가 코와 입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호흡이 힘들어서 너무 답답하다. 수업 끝마칠 때쯤에는 마스크 안쪽이 축축해져서 새로 갈아야 하는 지경이니까. 처음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들을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몇 개월 지났다고 그래도 익숙해지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지, 슬프다고 해야 할지. 거기다가 수강생 중 누구 하나 확진자가 나오면 다같이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불안함도 빠질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 중에 하나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 꼬박꼬박 학원에 나가는 것은 이제 내 생활의 낙이 되어버렸다. 하지 못하게 하니 더 간절해 진 것 같기도 하다. 유튜브를 통해 발레를 해오면서 걱정되었던 부분 중 하나가 “동작이 잘 되고 있는 건가” “잘못된 동작이 몸에 배면 어쩌나”였다. 이게 맞는 자세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에게 딱 맞춰진 동작 교정은 놓칠 수 없는 수업의 진수지. 이미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있고, 치료제 개발도 이뤄지고 있고. 또 한번 변화한 환경에 순응하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볼 수 밖에. 얼른 마스크를 벗고 발레 클래스를 듣게 되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뽀르 드 브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