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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씨앗 Oct 18. 2021

뽀르 드 브라

“지연님~ 알라스공에서 앙바로 내릴 때
팔꿈치 먼저 내리고 돌리듯이 손을 내려주세요

 원래 하던 데로 팔을 내렸는데 선생님의 지적에 잠깐 머리가 하얘졌다. 내가 헤매자 옆으로 오셔서 팔을 잡고 시범을 보여주셨다. 바 앞의 거울을 보고 이렇게 저렇게 해봤지만 여전히 어떤 느낌인지 감이 안 온다. 뽀르 드 브라는 별 탈 없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이 잘못 된 것일까?


“뽀르 드 브라 [port de bras]”
‘팔의 움직임’ 또는 ‘움직이는 기법’을 말한다. 하반신의 움직임과 아울러 상반신의 아름다움은 뽀르 드 브라로 결정된다. 발레는 하반신과 상반신, 즉 다리와 팔의 부드러운 조화에서 그 아름다움이 나타나게 된다. (네이버 발레용어사전)


 뽀르 드 브라는 사전의 정의에도 나와있듯 팔을 움직이는 방법을 말한다. 팔의 포지션에 따라서 앙바 [en bas 아래로], 앙아방 [en avant 앞으로], 앙오 [en haut 위로], 알라스공 [a la second 옆으로]으로 부른다. 여기에 한쪽 팔은 앞으로 다른 팔은 옆으로 뻗거나, 한쪽 팔은 위로 다른 팔은 위로 뻗는 등 다양한 응용 동작이 생성된다. 대사 없이 극을 표현하는 예술인 발레는 팔 동작 하나에도 각각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를 연기할 때는 특히 팔 동작으로 백조의 우아한 날개짓을 표현해 내야 한다. 시골 소녀 지젤을 연기할 때는 수줍고 순수한 소녀의 성격 또한 팔 동작이 도와주지 않으면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 유명 발레단의 무용수들도 뽀르 드 브라만으로 몇 시간씩 연습을 한다고 하니, 그 중요성은 말해 뭐하겠는가?


 뽀르 드 브라를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거울 앞에서 1번발 (양 발 뒤꿈치를 마주 대고 서 발 앞쪽을 벌려 일직선이 되도록 하는 상태)로 서서 손을 배꼽 부근에 둔다. 이때 겨드랑이 안쪽에 끼어있는 작은 계란을 끼워 넣었다고 생각해보자. 계란을 깨지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팔을 살짝 띄운다. 그 다음 말린 어깨를 펴서 날개 뼈를 아래로 잡아당긴다는 느낌을 준다. 쇄골 뼈가 양쪽 끝으로 쫙 뻗어지는 느낌이 온다. 아랫배를 집어 넣어 골반을 바로 세우고, 갈비뼈는 벌어지지 않도록 명치에 힘을 준다. 잠깐 서있는 것 만으로도 어깨 라인이 펴지면서 팔 안쪽이 뻐근한 느낌이 든다. 이제 준비가 끝났으니 동작을 시작해본다. 어깨가 말려 올라가지 않도록 계속 신경 쓰면서 손을 배꼽 – 명치 – 이마 위로 올렸다가 양 팔을 벌리면서 어깨와 나란하게 둔다. 마치 내 몸만한 커다란 공을 팔로 감싸고 있다는 느낌으로 둥근 모양을 만든다. 이러면 앙바 – 앙아방 – 앙오 – 알라스공 동작을 한 번 마친 것이다.


 뽀르 드 브라는 단순히 팔을 올렸다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팔과 옆구리, 날개 근육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고 동작을 하느냐에 따라 태가 많이 달라진다. 섬세한 근육의 사용이 필요하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앞서 선생님이 나에게 지적하셨던 부분도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날개 근육을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팔의 라인을 더 길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 팔꿈치를 내리고 돌리는 디테일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1980~90년대 미국의 미식축구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선수이자 포트워스 발레단의 무용수로 활동했던 허셜 워커는 미식축구와 발레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둘은 ‘완전히 다른 근육들’을 사용해야 할 뿐, 발레도 미식축구처럼 정말 어렵고 힘든 운동이라고. 맞다. 제대로 근육을 써서 클래스를 들으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보기엔 우아해 보이지만 그렇게 보이기 위해 안 보이는 근육들을 끊임없이 사용하는 발레. 또 한번 발레에 치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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