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10
여름이 온다
이수지
얼마 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한국인 최초로 이수지 작가님이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죠.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분에 이어 안데르센상까지. 한국 그림책의 위상이 세계에서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 자랑스러운 마음, 대부분 느끼셨을 텐데요. 에릭 칼이나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책이 세계에서 사랑 받듯 우리 나라 작가님들의 책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퍼진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르겠어요. 사실 수상 이전에는 이수지 작가님의 그림책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작가에 대한 소개나 책에 대한 정보는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 중립을 지키기가 어려웠어요. 이수지 작가님의 책은 드로잉 기법이 아주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더라고요. 글 보단 그림에 초점을 둔 작품 활동을 하신 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이 없는 그림책을 여러 권 내시기도 했고요. 저는 글이 없는 그림책은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이 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글이 없으니 그림만 슥- 봐야 하는데 아이들과 대화 나눌 거리가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동안 그런 책을 피해 왔는데 좋은 상을 연달아 받은 작품인데 안 읽어볼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보았습니다. 오늘 독후감을 써볼 책은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입니다.
<여름이 온다>는 비발디의 사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평소 아이들과 함께 비발디의 사계를 들어오면서 느꼈던 감정을 작품에 풀어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책 날개표지에 비발디의 사계를 함께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있었어요. 음악과 함께 감상해야 이 책의 진수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QR코드에서 연결된 유튜브에서 나오는 음악을 감상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이 책은 비발디 사계 여름 3악장에 맞춰 3부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여름 1악장에서는 이글이글 불타는 여름 속에서 즐기는 가족들의 물놀이를, 여름 2악장에서는 갑자기 찾아 드는 변화 무쌍한 날씨를, 여름 3악장에서는 쏟아져 내리는 폭풍우와 그것이 휩쓸고 지나간 평온한 여름을 표현하고 있어요.
책을 보며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가장 궁금했었는데요. 우리 첫째는 우와! 책에 글자가 엄청 적다! 엄청 좋은 책이다!(??) 라는 평을 내렸어요. 책의 글자 읽는 것이 벌써부터 귀찮은 초딩남아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무튼,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우리 아이들은 연주 흉내를 내기도 하고 신나는 여름 놀이를 상상하며 즐겁게 책을 감상했습니다. 이 책은 “읽었다”로 표현하기 보단 “감상했다” “느꼈다” “즐겼다”로 표현해야 맞는 책인 것 같아요.
지난 여름엔 우리 함께 뭐 했었지? 올해는 우리도 이 가족들처럼 물놀이 실컷 했으면 좋겠다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마무리했습니다. 책을 보시게 된다면 꼭! 사계-여름과 함께 하셔야 해요. 음악의 변주에 맞춰 기가 막히게 책의 내용도 바뀌는 것이 참 신기했거든요. 여름이 오기 전에, 신나는 여름을 기다리며 아이들과 한번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