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9
짝꿍
박정섭 글.그림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짝꿍>이라는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지 보통 감이 안 오더라고요. 궁금증을 가득 안고 책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우리는 정말 사이 좋은 짝꿍이었다”로 시작되는 이 책은 친구간의 다툼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서로 짝꿍인 두 친구는 어떤 일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지게 됩니다. 다른 친구에게 내 짝꿍이 내가 바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요. 그 이야기에 마음이 상한 친구는 짝꿍에게 지우개를 빌려주지 않았고, 크레파스를 빌려주지 않았고, 서로 그렇게 날을 세우다가 결국 친구의 친구들까지 동원해서 싸움을 벌이게 되죠. 선생님께 크게 혼난 뒤 두 친구는 그 이후 책상에 금을 그어가며 서로에게 전쟁을 선포합니다. 그렇게 소원했던 사이는 여름이 지나 겨울까지 이어지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알게 됩니다. 짝꿍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앞으로 이 두 친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귀여운 책 제목과 달리 생각보다 심오한 책이었어요. 감정에 대한 이해나 표현이 미숙한 아이가 이해를 제대로 했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이 친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뭘 어쩌긴 어째,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되는 거지!” 다시 제가 물었습니다. “서로 친하지 않은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미안하다고 사과한다고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그랬더니 하는 말이 “친구 사이엔 그런 거 없어.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받아주면 다시 친구 될 수 있는 거야” 아 정말 단순한 사고의 8세 남아여. 이런 복잡한 감정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 주면 좋을까요?
그런데 실제로 저희 아이와 친구들을 보면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도 금방 마음을 풀고 다시 잘 지내더라고요. 한 날은 “친구 뿅뿅이랑 이제 안 놀꺼야!” 했다가 다음날 “오늘 뿅뿅이랑 놀았는데 최고로 재미있었어” 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세계는 참 단순하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점을 저는 참 본받고 싶어요. ‘사과를 해도 될까? 하면 받아줄까?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면서 이것 저것 재는 어른들과는 달리 무심하고 솔직하게 툭 내뱉고, 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별거 아닌 듯 받아주고요.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서로를 대하는 관계. 이것 저것 눈치 보는 어른이들의 관계보다 어떻게 보면 고차원이지 않나요?
이 책의 짝꿍에게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는 친구의 뒷모습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책을 읽는 대상은 아이들이지만 지은 사람은 어른이니까 그런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단순히 “화해”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친구 관계”에 대한 책으로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