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8
학교 가기 싫은 선생님
글 박보람 그림 한승우
올해 저희 집 아이들은 졸업과 입학을 했습니다. 첫째는 초등학생, 둘째는 유치원생이 되었지요. 코로나 시대라 이 나름의 커다란 이벤트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반별로 나뉜 미니 졸업식과 (무려) 줌으로 진행된 비대면 입학식. 몇 년 간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주는 자리인데 이렇게 끝나버려 아쉬운 마음이 많았어요. 누가 보기엔 별거 없는 그냥 이벤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무리와 시작을 별다른 이벤트 없이 마무리 한다는 것이 서운해서 입학을 기점으로 아이와 함께 입학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 살펴 볼 책은 바로 <학교 가기 싫은 선생님>이라는 책입니다.
책 제목을 살펴보던 아이는 “엄마 이거 좀 말이 안 되는 거 같아! 어떻게 선생님이 학교에 가기 싫을 수가 있어?” 라고 하더라고요.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선생님에게 학교는 직장이니까 가기 싫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유치원에 가는 걸 특히나 좋아했던 우리 첫째의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럼 우리 왜 그런지 한 번 살펴보자, 하고 책을 읽어 내려 가보니 이 책은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더군요.
선생님을 새 학기를 앞두고 걱정이 많아 학교에 가기 싫어졌어요. 어떤 걱정인가 하면, 늦잠을 자서 학교에 늦으면 어떡하지, 새로운 친구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상한 괴물 친구들이 가득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들이요. 하지만 용기를 내서 (물론 가야 해서 갔겠지만, 아이들의 동심에 이런 강제성은 필요 없겠죠..) 새로운 친구들을 마주해 보니 상상 속의 괴물 같았던 친구들은 온데 간데 없고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친구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의 책이에요.
새로운 시작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죠. 익숙한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그 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굴 만날까 하는 설렘까지. 맞아요. 오랫동안 정들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 그런 일이었죠. 사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강한 아빠의 성격을 쏙 빼 닮은 첫째 아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첫 등교를 기다렸습니다. 엄마인 저는 걱정이 한 가득 이었죠. 세심한 돌봄과 배려를 받을 수 있는 유치원을 떠나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질 교육 시스템으로의 데뷔라서 그랬을 거에요. 생각보다 덤덤하게 초등 준비를 하던 저도 시일이 다가오자 책 속의 선생님처럼 어느새 걱정 보따리를 한 짐 지고 있더라고요. 화장실에 다녀오는 걸 잊어버려서 옷에 실수하면 어떡하지 (5살이후로 실수한 적 한번도 없는 아이인데도요), 선생님 말씀을 못 알아듣고 알림장 쓰는 걸 헤매면 어떡하지 (요즘엔 알림장을 인쇄해서 나눠주더군요), 친구들과 다툼이라도 일어나면 어떡하지 (코로나 덕분에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더라고요) 등등.
첫 등교 이후 2주 정도가 지난 지금, 새 것 티를 아직 못 벗은, 자기 몸집만한 가방을 둘러메고 교문을 지나는 모습은 아직 어색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학교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걱정의 짐들도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네요. 이제부터는 걱정은 내려놓고 아이가 맞이할 새로운 세계의 기대와 설렘으로 그 자리를 채워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