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11
스테파니 올렌백 글
데니스 홈즈 그림
얼마 전 저희 집에도 그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근 3년간 우리의 일상을 철저히 파괴하고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악성 바이러스, 코로나 말이죠. 몇 주간 확진자가 급등하면서 마치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했었는데 정말로 이 역병의 타격을 맞게 되다니. 입 조심 해야겠어요.
가장 먼저 증상을 보인 건 저희 첫째 아이였습니다. 자기 전 목이 따끔거리는 것 같다고 하더니 새벽에 고열로 고생을 했고, 아침에 서둘러 받은 신속항원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와 완전한 격리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니 그 다음날엔 제가, 그 다음 다음날엔 아빠가, 그 다음 다음 다음날엔 동생이 차례로 확진 되었습니다. 이미 걸려버린 상황이니 가족 모두 많이 아프지 않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4명다 한꺼번에 확진되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동생이 확진 판정을 받던 날, 잠들기 전 잠자리를 매만져주러 들어갔는데 큰 아이가 울먹거리며 말하더라고요. "엄마 내가 하나님한테 엄마랑 아빠, 그리고 뿅돌이 빨리 나으라고 기도할거야" 엄마, 아빠에 이어 동생까지 양성이 나온걸 보고 마음이 불편했던 모양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종일 장난감이나 책을 대신 치우거나 동생한테 모든 것을 양보하며 제 눈치를 살피는 것도 같았네요.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 아이에게 우리 가족은 뿅뿅이 때문에 코로나에 걸린 것이 아니라고, 아빠나 엄마가 먼저 옮아왔는데 뿅뿅이한테 먼저 증상이 나타난 것일 수도 있고, 누가 어디서 옮아왔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해주었죠.
"그래도 엄마 아빠가 아프잖아" 아이는 그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어요. 애 앞에서 너무 죽겠다 소리만 했나 싶어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엄마 아빠도 하루 이틀 정도 열이 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해주었어요. 엄마는 우리 뿅뿅이처럼 착하고 배려심 많은 아들이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해주면서 우리 가족이 다같이 코로나에서 완치되면 이제 재미있는 곳도 많이 가고 신나게 놀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오히려 확진 된 것이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더니, 조금은 안심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쩌다 저렇게 마음밭이 고운 아이가 내 품에 오게 되었을까? 감사하게 되는 밤을 보냈습니다. 받은 감동을 그대로 흘려 보내기 싫어서 주절주절 기록까지 해두었어요. 그러다가 언젠가 아이와 함께 읽었던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 이라는 책이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스테파니 올렌백이 쓰고, 데니스 홈즈가 그린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이라는 책은 아이에 대한 엄마의 절절한 사랑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입니다.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 네가 얼마나 놀라운 아이인지를 세상 어디에든 쓸 거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한 고백이 계속됩니다. 남긴 과자부스러기로도 쓰고, 마룻바닥에 굴러다니는 장난감으로도 쓰고, 작은 주근깨 사이에도 쓰고.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받는 온갖 감동의 순간을 제대로 캐치해서 쓰고 그려낸 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맞아 우리 아이한테는 이런 장점이 있었지, 이런 점은 너무 귀엽지, 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들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나는 우리 아이를, 아이는 엄마나 아빠를 어떻게 표현할 건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세상 제일가는 장난꾸러기 같이 보이지만 누구보다 타인을 챙기는 마음 씀씀이가 넓은 우리 뿅뿅이는 고운 밀가루로 표현하고 싶어요. 밀가루를 흩날려 고운 심성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이라고 쓸 거에요. 눈웃음만 지어도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사랑둥이 우리 뿅각이는 꿀로 표현하고 싶어요. 꿀을 뚝뚝 떨어뜨려 사랑이 묻어나는 아이라고 쓸거에요.
이렇게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표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읽어보니 몇배는 더 책이 와닿더라구요. 아이와 한번쯤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으로 또 한번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