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13
수박만세
글 그림 이선미
오늘 독후감을 써볼 책은 이선미 글, 그림 <수박만세> 입니다. 저희 둘째가 수박 귀신이에요. 여름 내 수박을 달고 살다가, 수박을 먹을 수 없는 계절(사실상 4계절 내내 먹을 순 있지만, 엄마가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수박을 사줄 수 있는 착한 가격의 계절은 따로 있으니까요^^)이 되면 아쉬워하는데요. 그럴 땐 보통 수박과 관련된 책을 읽어주는 편이에요. ‘수박 그림책’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안녕달의 <수박 수영장>외에 다른 책이 없을까, 찾아보던 중에 보석같이 발견한 책이랍니다. 아이들의 기발하다 못해 기가 막히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에요.
수박을 너무 맛있게, 씨까지 같이 먹어버린 아이는 걱정이 되기 시작해요. 수박이 뱃속에서 뿌리를 내리면 어떡하지? 그렇게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던 순간, 입 밖으로 수박 잎이 나오고 온 몸에서 수박이 자라기 시작해요. 결국 아이는 다음 날 수박을 들고 학교에 갈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학교에 가보니 살구 가지를 달고 온 아이, 포도 잎과 넝쿨로 뒤덮인 아이가 있었어요! 친구들은 각 아이들의 걱정을 들어주었고, 곧이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씨를 삼켜도 별 일 없었다, 과일 씨는 몸 속에서 자라지 못한다 등, 씨앗에 관한 경험과 지식에 대해서요. 그러자 세 아이들을 감싸고 있던 과일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아이들은 다시 수박을 맛있게 먹게 되었지요.
아이들의 걱정을 수박, 살구, 포도 같은 과일로 표현한 점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수박 씨를 삼켰으니 수박이 몸 속에서 자라면 어떡하지’ 라니요! 너무 귀엽잖아요. 어른들의 생각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고민도 아이들에게는 이렇게나 심각해질 수 있구나 싶었고요. 저희 아이들도 정말 기상천외한 고민들을 많이 해요. ‘생선 가시가 몸으로 쏙 들어가서 궁둥이에 박히면 어떡해?’ ‘스파이더맨이 거미에 물려서 거미가 된 것처럼 모기에 물려서 내가 모기가 되는거야?’ 같은 고민들. 딱 이 맘 때에만 할 수 있는 기발한 고민들이라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하나 싶을 때가 많아요. 물론 너무 귀여워서 “어머 그러게 궁둥이가 뾰족해져서 이제 눕지도 못하겠네?”라고 장단 맞춰 놀릴 때가 대부분이지만요. 그럴 땐 생각보다 쉽게 해결이 되는데요. 바로 옆에 있는 형이나 동생이 답을 줘요. “그럼 그냥 가시를 뽑아 버리면 되지~’” “모기로 변하면 모기 약을 먹으면 되지(?)’ 같은 답변들이요. 별거 아니라는 듯 툭 내뱉는 게 포인트고요.
오늘 책 속에서의 아이들도 그렇잖아요. 본인이 알고 있는 온갖 지식을 다 동원해서 친구들의 걱정을 어떻게든 해결해주려고 애쓰죠. 아이들은 친구들의 노력에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요.
아이들이 걱정을 표현할 때 엄마로서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가장 좋을까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는데요. 너무 심각하게 반응하면 아이가 덩달아 심각해질까 싶고, 너무 가볍게 지나가면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공감을 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 것 같고요. 그런데 <수박만세>라는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힌트를 얻게 된 것 같아요. ‘나도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는데, ~하니까 괜찮아 지더라? 생각보다 별 거 아니더라’라는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지지가 포인트인 것 같더라고요. 아이의 생각이라고 스쳐지나가기 보단 한번 더 눈맞춤 하면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