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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씨앗 Jul 07. 2022

너희 둘 사이를 응원해

엄마의 독후활동 15

Knuffle Bunny

모 윌렘스 글, 그림



 오늘은 애착인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한 몸처럼 꼭 껴안고 다니는 애착인형. 아이 키우는 부모님이랑 한번쯤은 들어보셨거나 구매해보셨을 토끼 인형이 있죠? 크림색, 잿빛색, 핑크색 등 다양한 털 색깔과 몽글몽글한 털을 가진 귀여운 그 국민 애착 인형 말이에요. 저는 그 인형을 보면 떠오르는 책이 하나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그 책, 바로 모 윌렘스의 Knuffle Bunny 시리즈입니다 원서와 그리고 번역본 모두가 이미 너무 유명한 책이죠. 이 시리즈는 트릭시와 애착인형 Knuffle Bunny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에요. ‘knuffle’은 꼭 ‘껴안다, 포옹하다’는 뜻의 네덜란드어의 'knuffel'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해요. 이 책에 등장하는 토끼 인형은 국민 애착 인형과 꼭 닮아 더 공감이 갔어요. 저희 아이들마저 책을 읽으며 “이거 OO이 애착인형이랑 똑같이 생겼잖아!”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Knuffle Bunny 시리즈는 <Knuffle Bunny>, <Knuffle Bunny Too>, <Knuffle Bunny Free> 3권으로 이루어져있어요. 언제나 함께 하는 트릭시와 Knuffle Bunny, 그리고 Knuffle Bunny를 통해 친구를 만나게 되는 트릭시, Knuffle Bunny와 아름답게 이별하게 되는 트릭시의 이야기에요. 3권을 내리 읽고 나면 성장한 트릭시의 모습에 괜시리 함께 뿌듯해지고, 눈물도 째끔 글썽이게 되는 매력적인 이야기 책입니다. 한국어 번역본은 <내 토끼 어딨어?>와 <내 토끼가 또 사라졌어!> 이렇게 2권뿐이예요.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시리즈인 <Knuffle Bunny>를 가장 좋아하는데 한국어 번역본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워요. 주인공 트릭시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이 가득 담겨 있거든요. 영어가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원서를 통해서라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애착 인형이 모든 아이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아이들마다 애착의 정도도 다르고요. 애착인형이 없었던 첫째와는 달리 저희 둘째는 ‘애착 인형이 실제 하는구나’ 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애착도 대단히 높은 편이에요. 남들과 비슷한 애착 인형을 가졌으면 참 좋으련만, 첫째의 출산선물로 받은 것이라 첫째의 띠를 상징하는 동물인 양 모양 인형의 담요와 함께 딸려온(인형이 주인지 담요가 주인지 구분이 안가는^^) 뽀글뽀글한 하얀 털이 매력적인 인형에 애착이 생겨버렸어요. 인형 같은 건 영 관심 없는 첫째를 키웠던 지라 처음 침대에 놔줄 땐 인형이라기보단 아기 침대 장식품? 정도 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어느 날 보니 둘째가 그 인형을 물고 빨고 있더라고요. 빨아줘야겠다 생각이 들어 세탁할 동안 인형 없어졌다고 울고 불고 하던 아이가 얼마나 낯설던지. 그렇게 우리 집과 앵앵이와의 인연은 시작되었죠. (물론 아이는 그전부터였을 테지만요) 그 후부터 앵앵이는 어딜 가나 함께였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잘 때 특히 애착이 심해지는데 코에 앵앵이의 귀를 부비적대다가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이 들어요. 자다가 깼을 때도 옆에 없으면 안됨은 물론이고요.


 ‘애착 인형’이라는 존재를 처음 접해봐서 처음엔 좀 황당했어요. 인형 때문에 저렇게 슬플까, 저렇게 억울할까, 저렇게 화가 날까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당장 나가야 하는 상황에도 없어진 앵앵이를 찾아줘야 했고, 어쩌다 밖에서 앵앵이를 떨어트리기라도 하면 지지 묻었다고 속상해하는 표정까지. (바리바리 짐 들고 있는 힘든 엄마는 안 보이니, 앙?)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아이한테 앵앵이가 어떤 존재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한번은 제가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뿅뿅이는 앵앵이가 왜 좋아?”

“앵앵이는 뿅뿅이를 사랑한대. 그리고 착해. 뿅뿅이가 하자는 건 다 해줘”

“앵앵이가 말도 해?”

“응. 이렇게 귀를 잡고 이야기하면 앵앵이가 뿅뿅이한테 말해줘”

“뭐라고 말하는데?”

“그건 비-밀이야 엄마”


귀를 잡고 이야기하면 인형이 말을 해준다니. 상상만해도 귀엽지 않나요?


 올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가장 큰 걱정은 앵앵이를 유치원에 가져가지 못한 다는 것이었는데요. 처음 몇 번은 가방에 숨겨 가다가 어느 날,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있어”하면서 통원 버스 앞에서 씩씩하게 인사를 하더라고요. 나중에 물어보니 담임 선생님이 “앵앵이는 가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숨어만 있어야 하는데 엄마랑 집에서 뿅뿅이를 기다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셨다고 해요. 하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앵앵이 엄마 말 잘 듣고 있었지?” 하던 모습에 눈물이 다 나올 뻔 했다니까요. 씩씩하게 헤어지고 다시 만났던 뿅뿅이와 앵앵이. 아이의 성장이 느껴지는 순간이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앵앵이를 찾는 시간은 예전만큼 길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꼭 함께 해야 하는 앵앵이는 때로는 친구가 되고, 때로는 동생이 되고, 엄마가 되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둘의 사이를 되도록 오래 응원해주고 싶어요.


 언젠가는 트릭시처럼 우리 뿅뿅이도 앵앵이와 멋지게 이별할 날이 오겠죠. 아직까진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해요. 앞으로도 앵앵이보다 더 좋은 친구가, 재밌는 놀 거리가 생기겠지만, 언제나 집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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