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16
너는 내 친구야, 왜냐하면..
귄터 야곱스 글 그림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서 많은 걱정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은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였어요. 유치원에서 하루 한 권씩 읽어오던 버릇이 있긴 하지만 강제성이 없으면 쉽게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고민 끝에 친구와 둘이 힘을 합치기로 했어요.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기록하는 독서클럽을 만들기로 약속했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함께 만나 읽었던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간단한 독후활동을 하기로 했고요. 독서 기록지와 독후 활동 시트를 출력해 제본까지 마쳤더니 더욱 의욕이 활활 불타 오르더라고요. 열정 넘치는 엄마들과 달리 아이들은 심드렁했지만요. 서로 일주일을 보내고 처음 만나 독후활동을 하던 날,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한, 어렵지 않으면서도 독후활동의 재미는 넘치는 책. 어디 없을까?
고민 끝에 고른 책은 귄터 야곱스의 <너는 내 친구야, 왜냐하면>이었어요. 책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네가 왜 내 친구인지에 대해서 적어놓은 책이에요. ‘장난감이 많아서’, ‘이 빠진 모양이 웃겨서’ 처럼 아이들의 귀엽고도 엉뚱한 생각이 담긴 이유도 있고, ‘네가 내 말을 잘 들어줘서’, ‘포근해서’, ‘함께 있어줘서’ 처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이유도 있어요. 서로 키득대며 책을 읽고 난 뒤 “우리가 서로 친구인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아이들이 꼽은 이유는 다양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해보면, ‘어렸을 적에 만난 친구니까’, ‘집이 가까우니까’, ‘좋아하는 장난감이 비슷하니까’, ‘말이 통하니까’, ‘공통점이 많으니까’ 등 이었어요. 술술 답해주는 모습에 고마웠고 뿌듯하기도 했어요. 서로에게 표현이 거의 없는 무뚝뚝한 남자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로를 아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좋은 책 덕분에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성공적으로(?) 첫 독서클럽 모임도 마칠 수 있었어요.
나중에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친구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책에서 말하는 친구는 나이가 같은 친구만이 아니에요. 동생이나 누나, 강아지나 고양이 같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은 친구로 정의하고 있어요.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건 엄마였어요. “위로가 필요할 때 늘 거기 있으니까”라는 멘트로 엄마를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게 엄마인지 이모인지, 다른 누군가 인지 나와있지는 않지만 아이보다 큰 여자 어른을 그려놓은 것을 보면 아마 엄마이거나 혹은 엄마 같은 어떤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냐? 라는 질문에 “친구 같은 엄마”라고 대답해 왔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위로를 주었던 존재였나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물론 친구 같은 = 위로를 해줘야 하는 이라는 것은 아니지만요.) 무슨 일이든 엄마에게 먼저 이야기해주면 좋겠고, 숨기는 거 없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존재였으면 좋겠다 생각했으면서도 아이가 그런 말을 서슴없이 꺼낼 수 있도록 대화 할 수 있는 상대였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고요. 물론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어딘가 다치거나 속상하거나 하면 바로 엄마에게 달려와서 울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을 꺼내기도 하지만 가끔은 다른 일을 하느라 신경을 못 써서, 감정이 너무 버거워서 충분히 받아 주지 못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꼭 안아주기, 아이의 말 충분히 들어주기. 머리로는 알면서도 왜 이렇게 실천은 어려울 걸까요. 이렇게나마 글로써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