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후활동 18
내 머리에 뿔 났어!
데이비드 스몰 지음, 엄혜숙 옮김
오늘 읽어볼 책은 어느 날 잠에서 깼더니 머리에 사슴 뿔이 생겨버린 이모델의 이야기입니다. 방문을 통과하기도, 옷을 입기에도 버거울 정도의 큰 뿔이요. 엄마는 이모델의 모습을 보고 기절해버리고 집안 사람들은 이모델의 뿔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해요. 의사 선생님께 진찰을 받기도 하고, 교장 선생님을 모셔와 상담을 받기도 하죠. 하지만 의사 선생님도 교장 선생님도 이모델의 뿔이 왜 났는지, 어떻게 하면 없어지는지 알 수는 없죠. 이런 가족들의 걱정과는 달리 이모델은 즐거워 보여요. 그리고 이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루시와 요리사 퍼킨슨 부인은 오히려 이모델의 큰 뿔을 활용해서 집안일을 돕게 만들어주죠. 뿔에 빨래를 걸거나 가족들이 먹을 도넛을 뿔에 걸어서 준다던 지 말이에요. 그렇게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낸 다음날, 허무(?)하게도 이모델의 머리에 난 뿔은 사라졌어요. 대신.. 다른 비밀이 생겼지만요!
잠에 깼는데 머리에 뿔이 돋아 났다면? 하는 깜찍한 상상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혹시 내 머리에도 뿔이?'하는 상상만으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책인 것 같더라고요. 다음 번엔 어떤 동물로 변신할까? 하는 이야기로도 확장이 가능해서 더 그렇고요.
아이들의 즐거운 상상으로 가볍게 읽을 법할 책 일수도 있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의 입장에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내 아이가 갑자기 다른 아이가 되어버린다면, 하루 아침에 뭔가 다른 아이가 된다면?’ 엄마 입장에서 당연히 걱정이 되니까요. 근데 왜 이 책에서는 엄마의 걱정을 호들갑, 혹은 지나친 걱정인 것처럼 묘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는 그 답을 가정부 루시와 요리사 퍼킨슨 부인의 반응에서 찾았어요. ‘이모델의 머리에 난 뿔’은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아이들의 작은 변화 아니면 엄마 눈에만 보이는 아이의 단점, 실수 같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는 자식의 일이니까 작은 것도 크게 생각하게 되고 어떻게든 이 변화를, 단점을 감추거나 고치려고 노력하니까요. 하지만 그 변화나 단점은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닐 수도 있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어요.
예전에 저희 아이가 자꾸 눈을 깜빡였던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눈이 건조한가 싶어서 안약도 넣어보고, 눈 안에 뭐가 들어갔나 싶어서 눈을 불어도 봤는데 나아지지를 않더라고요. 어느새 저는 인터넷 검색창에 “틱 장애”를 검색해보는 지경이 되었죠. 감기 기운이 같이 있어서 자주 가는 소아과에 들르게 되었을 때 혹시나 해서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하시더라고요. 엄마가 ‘틱’ 혹은 그 이상을 생각하는 순간, 아이에게 ‘눈을 깜빡이지 말아라’라는 순간, 아이는 오히려 그 말에 옭아매져서 더 주체할 수 없을 거라고요. 물론 엄마는 엄청 신경 쓰이겠지만 그냥 두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거라고도 해주셨어요. 평소에 아이들을 너무 잘 봐주시던 분이라 한 번 믿어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나, 눈을 깜박이던지 말던지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더니 어느 순간, 그 증상이 사라졌어요. 지금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잠시 지나가는 과정 중에 하나였겠지요. 만약 그때 상담 센터에 다니고, 병원에 다니고 했었더라면 지금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니까, 가족이니까 보이는 작은 거슬림이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일, 혹은 장점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 아닐까요. 머리에 난 뿔은 하루만 지나면 사라질 걱정이었다는 걸 알았다면 이모델의 엄마도 모자 장수를 불러서 뿔을 가리려고 하진 않았겠죠. 이모델의 뿔이 사라지고 난 뒤 다른 비밀이 생긴 것처럼 지금도 엄마의 새로운 걱정은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지만, 그때처럼 지긋이 기다리면서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걱정 쟁이 엄마들에게 “내 머리에 뿔났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