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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Feb 03. 2022

NFT 팬덤과 블록체인의 일반성

NFT 팬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너도나도 입고 다녔던 빨강 티 'Be the Reds!' 디자인에 대해서 이후 저작권 논란이 불거져 재판까지 진행됐던 때가 있다. 그 'Be the Reds!' 디자인 도안을 소유한 누군가가  NFT 거래소에서 가치를 평가받고자 한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게임 아이템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까?


2013년에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극 중 삼천포(김성균 배우)가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 기자회견을 하던 날, 서태지 집에서 변기를 뜯어내 자기 집에 가져다 놓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변기를 어떤 NFT 거래소에 올린다면 또 어떨까?


NFT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말한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고 있어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NFT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실제로 어떤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인지는 NFT 거래소에서 실제 거래가 이루어져야 알겠지만, 예상컨대 2002년의  'Be the Reds!'와 비교해서는, 2013년의 그 변기와 비교해서는 훨씬 저평가를 받을 것 같다. 그때 그 가치를 가능하게 했던 팬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혹시 그 시절을 추억하는 어떤 사람들이 단합해서 가치를 높게 책정하기로 작정했다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팬심, 팬덤이 좌우하는 일이기에  NFT의 세계에서는 반대의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잘 알려진 바대로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의 '드래곤'이라는 캐릭터는 11만 달러에 거래됐고, 무한도전 팬심의 작용으로  무한도전 '무야호' 영상이 NFT 경매에서 950만 1000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NFT 지속성? 확장성?


팬심, 팬덤은 유행이고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 유행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NFT와 관련해서는 게임업체들이 가장 열심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범죄도 끼어들기 마련인데 조잡한 주가 조작과 비슷한 방식의 작전 세력 개입을 통한 가치 부풀리기가 너무나 쉽다. 평범한 변기에 '샘(fountai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작가가 서명을 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 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고 수십 억 원에 거래하는 것도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범죄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면 NFT 열풍은 상업적 이벤트, 혹은 일시적 팬덤의 수준을 넘어서 시장의 일반적 거래 메커니즘 내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해 국가나 은행이 보증하지 않고 팬덤이 보증하는 신용이 정당한 교환가치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을까?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예측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유행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고, 팬덤이 만들어 낸 가치는 팬덤의 흥망성쇠를 따르겠지만 NFT 거래를 이용한 상업적 이벤트는 계속해서 생겨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를 뛰어넘어 NFT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거래가 화폐(그 화폐가 실물이든, 아니든)로 매개되는 교환 시장에서 일반성을 획득하고자 한다면,  세상의 모든 거래 가능한 재화와 용역이 거꾸로 NFT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예컨대 어떤 토지도  NFT 거래소에서 통용되는 이더리움과 같은 화폐로 거래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2억의 공시지가를 갖는 토지를 누군가 NFT 거래소에 등록할 수도 있을 텐데, 그 경우 예컨대 "이 땅은 예전에 서태지가 쓰던 변기가 있던 땅이니까 4억에 거래하겠습니다."와 같은 팬덤이 작동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이 대체하는 신용


그러므로 NFT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아무튼 지금의 NFT에 대한 투자 기대와는 다른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NFT 거래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 시사하는 다른 미래는 은행 보증이나, 등기 혹은 저작권 등록과 같은 권위 있는 제삼자의 신용 보증이 모든 거래에서 더 이상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NFT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도 정부나 은행 등이 그 신용을 보증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그 거래가 가능한 것은 팬덤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디지털 복제물에 맞서 그 고유성을 확실히 보증해줄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때문이다. 즉 인터넷에 넘쳐나는 똑같은 무한도전 '무야호' 영상에 맞서 MBC가 보유한 '무야호' 영상이 950만 1000원에 판매될 수 있는 진짜라는 것을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 낸 복제 불가능한 고유 번호가 보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말해 NFT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블록체인이 모든 신용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미래에서 은행, 등기소, 등기부등본, 저작권 등록과 같은 것은 더 이상 불필요할 것이니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사회의 변화 잠재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요즘 부는 NFT 열풍을 통해서 생각하게 된다. 현존하는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 또 인터넷이 삶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생각하다 보면 현재의 수준도 미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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