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단다. 새해가 밝기 전부터 전 세계가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발표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주시했다. 한국의 상황만 놓고 보자면 정부 수립 이래 그 어느 때보다 개미가 된 시민이 많은 시기이기에, 금리 인상의 고통은 더 빠르게, 더 넓게 퍼진다.
고통을 함께 참아내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치솟는 물가는 개미, 시민, 모두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런데 금리 인상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고통스럽다. 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 또 다른 고통을 처방받아야 하는가? 왜 꼭 인플레이션에 대한 거의 유일한 처방이 금리 인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전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새로운 고통을 참아내어야만 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물가는 꼭 상승 후 하락해야만 하는 것인가? 혹은 금리 인상 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다른 대응 방안은 없을까? 이런 질문들은 경제의 기본도 모르는 어리석은 질문에 불과한 것일까?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양적 완화가 진행됐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국가 경제의 붕괴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돈을 풀어 위기에 대응했다. 시중에 사람들이 쓸 돈, 화폐의 양이 늘어난 결과 물가가 올랐다.
화폐량이 늘면 물가도 오른다. 이건 질병과 같은 어떤 문제를 지적하는 말이 아니다. 그냥 자연의 법칙처럼 응당 그러하다는 것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화폐량이 증가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언제나 마치 그것이 처음부터 질병이었던 것처럼 호도한다. 이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것일까? 화폐량의 증가로 사람들의 행복이 증진되는데 동시에 물가도 오른다면, 적당한 수준으로 완만하게 화폐량을 증가시키고 물가도 적당한 수준으로 완만하게 오르는 상황을 지속하면 좋지 않을까? 고통에 고통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자연스럽다. 왜 꼭 매의 무서운 눈초리로 고통의 순환고리를 감내할 것을 요구하는가? 모두가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텐데.
시중에 화폐량이 늘어 사람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졌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화폐량의 증가 속도를 넘어서는 물가의 인상이다. 도가 지나쳐 병이 되는 꼴이다. 그래서 물가는 잡아야 하는 게 아니라 적정 수준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학적으로도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화폐량이 늘어 코로나19 팬데믹의 고통을 덜었는데, 갑자기 화폐량을 확 줄여서 더 큰 고통을 안겨주려고만 하지 말고,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능한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자. 발상의 전환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지 않은 다른 상식적인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마스크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코로나19 전염병 초장기 때 마스크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대로 뒀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면으로 마스크를 대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일관된 가격 관리와 수요의 엄격한 관리, 곧 공정한 배분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건강권을 보장받았다. 그렇다고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 마스크 생산 업체들의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는 보장됐다. 도가 지나친 가격 인상 문제를 해결했을 뿐이다.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물가 관리책이 필요하겠지만, 금리 인상이라는 모두를 동시에 고통스럽게 하는 처방 외에 다른 대안도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