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줌(ZOOM) 미팅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

59일 차 : 줌 미팅

by 나예스

ZOOM 프로그램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할 때 해외지사 파견직원들과 대표님이 화상회의 하는 것을 봤을 때다. 그 이후는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블로그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카카오톡으로 필사 인증모임에 참여하다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모임장님이 준 링크로 접속해 전국 각지에 있는 10명 이내의 사람들이 잠시 인사를 나눴다. 대부분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었다. 나도 아이가 3살 때라 재우고 나서 접속하겠다는 포부가 실패해서 아이를 안은 채 마이크를 끄고 참여했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화면을 만지려 하고 "엄마엄마"부르고 해서 도저히 온라인 줌 미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얼마나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 실감하기엔 충분했다. 바깥을 나갈 수 없는 시간에 무언가를 배우거나 휴대폰으로나마 얼굴을 보며 자기 계발 프로그램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후 코로나 팬데믹 시대가 개막했고 줌(Zoom) 플랫폼은 많은 곳에서 활약했다. 온라인 필사 모임을 이끌었던 모임장님은 책육아에 대한 책을 쓰고, 책을 바탕으로 여러 도서관 프로그램 강의를 했다고 했다. 집에서 앉아서 강의를 하는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 때문에 잃어버린 하관이 무려 3년이었다. 마스크에 가려진 3년의 시간에는 온라인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모이는 행사는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줌미팅으로 어린이집 입학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 재미있는 일은 학부모가 각자 자기 집 식탁에서 참여하는 온라인 미팅이었지만 나를 포함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여한 사람이 서너 명 있었다. 병원체가 전염될 리가 없는데 말이다. 내 심경을 생각해 보니, 서로 마스크를 끼고 돌아다니는 동안 화장을 안 하거나 옅게 하고 다녔는데, 그날 맨얼굴을 보이기 민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이 더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벗게 되었다. 사람이란 참 재미있다. 공동체에 속한 옆사람 봐가면서 행동하니까 말이다.


줌 미팅을 직접 열어본 적은 없지만 온라인 화상프로그램에 익숙해졌다. 특히 지식 콘텐츠였다.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배울 수 있는 온라인 강의가 많았다. 글쓰기 같은 강의도 내 방에서 약속한 시간에 접속해서 듣고, 질문하는 게 참 편리했다. 차비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고.


다만 아쉬운 점은 있다. 편한 만큼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 주로 일상이 정리되는 시간인 저녁 여덟 시나 아홉 시에 시작되는 줌 미팅이 많았는데 그때 강의하는 분도 오프라인에서처럼 차려입은 경우보다 내추럴한 분위기가 많다 보니, 편해 보여서 생기는 친밀감과 돈과 시간을 들여 배우는 느낌이 안나는 첫인상이 공존한다.


어딘가에 참석해서 물리적으로 자리를 지키면 나 외에 참석한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잘 왔다는 느낌이 든다. 강연자는 독백을 하는 게 아니라 현장 분위기에 따라 소통하며 강의하니 꼭 1:1 강연이 아니라도 나에게 해주는 말로 들린다. 청중이 잘 듣고 있는지 아닌지 분할 화면만 봐서는 잘 모를 거다. 청중이 카메라 렌즈를 보는 게 아니라 화면에 비친 모습을 보니 눈빛 교환이 안된다. 그래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으로 잘 듣고 있다는 표시를 낼 수밖에 없다.


'작가와의 만남'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할 때도 대체로 왕복 2시간 이상을 들여 갔던 보람이 있었다. 어떤 오프라인 작가와의 만남에서는 강의의 품질이 아쉬웠다. 아마 나도 첫 강의를 하면 그렇게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그런데 온라인 줌미팅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했을 때 다시 한번 인식이 바뀌었다. 브런치 인기작가 '소위' 님의 줌미팅으로 처음 온라인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했는데 참석자 수도 접속할 때부터 50명이 넘어 더 많이 들어왔고, 궁금했고 듣고 싶었던 노하우가 대량 방출 되었었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갭을 메우는 요소는 강연자의 준비성과 태도, 그리고 청중으로 하여금 '무언가 좋은 것을 얻었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편한 복장으로 내 휴대폰이나 PC로 잠여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각자의 나름대로 저녁 스케줄을 조정하고 빠르게 집안일을 정리하며 일주일 전부터 내내 인식하고 기다려 왔던 시간이다. 그 시간을 온라인 줌미팅이라 해서 강연자가 너무 편하게만 여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참여하는 장소만 다를 뿐 부지런히 소통하고, 참석자의 이름을 가끔 불러준다면 청중은 일대일 과외를 받은 기분일 것이다. 나도 지금은 아무 준비도 없고 말도 버벅대는 소시민이지만 언젠가 강연하는 날이 올 거다. 내가 쓴 희망사항을 내가 부디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