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온벼리, 더케이북스
타인의 불행으로 위안을 삼아도 되는 걸까?
이 책은 온벼리 저자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답답하고 처절한 마음으로 오롯이 견디는 고통의 시간을 통해 나에게 다정한 위로로 남았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유독 첫 부분을 읽으면서부터 눈물이 헤프게 나왔다. 순탄치 않았던 가정에서 슬픔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묘하게 비슷했던 경험들과 그때 느꼈던 감정이 다시 솟아올랐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아이를 맡긴 상태에서의 허탈함, 엄마에게 따스한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엄마의 삶이 너무 고단하여 서로가 힘들었던 상황, 고난을 함께 통과하면서 남편과 생겼었던 불화, 그 장면들을 통해 내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억눌러왔던 감정을 거울로서 볼 수 있는 경험을 주었다. 모든 것이 내 탓인 것만 같아 자학적인 심정으로 버틴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온벼리 작가님의 아픔을 영원히 공감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유독 아팠던 아이를 살피기 위해 30분마다 선잠을 깨야 했던 엄마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적응하려 해도 할 수 없었던 위급한 순간들의 반복 앞에서 어떻게 견디었을까?
부부의 불화로 이어지는 서로의 통곡 끝에 '내 힘만으로는 키울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역설적인 자유로움을 느낀 저자는, 품 안의 아이를 자립시키며 부모자 '나 자신'으로 독립하는 과정에 섰다. 죽고 싶었던 순간들을 지나서 아니라고, 살아야 한다고 포효했던 시간을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글쓰기는 내게 가장 절실한 치유의 언어였다"라고 고백한 온벼리 저자는, 지나온 고통과 마주하고 글로 꺼내기까지 무려 1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치유는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이것은 에세이인가, 시집인가? 좋은 문장 앞에 어떤 사연이 놓였을 때 문장은 빛을 발한다.
타인의 불행했던 시절 경험담은 나에게 지금 이 사소한 일상을 감사하게 여기게 했다. 그래도, 되는 걸까?
이 책은 된다고 말하는듯 하다.
"내 글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와 위로가 되어 저마다의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아 찬란히 빚나기를 바란다"
그 모든 고통을 통과해 낸 끝에 내면이 단단하게 다져진 사람이 되어 도약하는 과정이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서, 희망이 될 수 있었다.
2026년 우리 동네에 봄 벚꽃이 핀 날에 이 책을 읽었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 그 마른 가지에 핀 벚꽃처럼 끝끝내 봄을 피운 온벼리 작가의 모습이, 그리고 나의 상황도 끝끝내 봄일 거라는 암시가 되어 주었다. 언니의 장애를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봐주는 동생과 어느 집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 그려진다. 새봄이가 둥지를 한발짝씩 떠나는 과정을 응원한다.
이 책을 끝까지 다 본 독자는 다시 한번 <여는 글> 6쪽의 장면을 꼭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