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H수치, 인공수정과 시험관 차이
처음 피임을 중단했을 때만 해도, 아이가 곧 생길 줄 알았다. 주변에서 들어온 임신 소식처럼,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의아함이 생겼고, ‘내 몸에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도 따라왔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난임 병원을 찾았다.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우리는 난임 병원에서 비교적 젊은 부부 축에 속했다. 진료실에서 받은 각종 검사 결과도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의사 선생님의 밝은 표정과 긍정적인 설명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게 오히려 화근이었다. 수년이 흐른 지금, 의사 선생님이 내 진단서에 적어주신 난임 사유가 ‘원인 불명’ 일 줄은 몰랐으니까. 임신은 수치상 정상이라고 해서 따라오는 결과가 아니었는데, 그때 당시만 해도 이 사실을 체감하지 못했다.
검사 결과를 듣고 진료실을 나서려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생리 시작하면 2~3일 안에 오세요."
결혼한 지 몇 년 지난 부부가 난임 병원을 찾아 산전검사를 했으니,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하신 것이겠지만,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생각해 보고 올게요."
만족스러운 검사 결과지를 상장처럼 들고 돌아와, 남편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니래."
"그러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더 자연 임신을 시도하던 중, 우리에게 갑자기 큰 변화가 생겼다. 남편이 대전에서 경기도로 직장을 옮기게 된 것이었다. 지역 만기를 앞두고 고민하던 나의 상황을 들은 남편이 먼저 이직을 시도했는데, 덜컥 합격한 것이었다. 왕복 220km가 넘는 거리. 자차로 출퇴근을 해야 했고, 신설 부서의 과중한 업무로 남편의 안색은 날로 어두워졌다. 결국 그는 회사 근처 기숙사로 거처를 옮겼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가 되었다.
나 역시 덩달아 바빠졌다. 당시 업무량이 많은 시골의 소규모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나에게도 업무부장의 자리가 넘어오게 되었다. 덕분에 담임을 하며 학교 특성화 사업, 방과 후, 돌봄, 학폭과 같은 주요 업무를 맡게 되었다. 평일에는 야근을 밥 먹듯이 했고, 주말에도 토요 돌봄을 위해 학교에 나가야 했다. 게다가 지역 이동을 앞두고 있던 터라, 남편 회사 근처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동 점수가 필요했다. 각종 대회와 캠프 운영, 학생 예술 지도, 스포츠 지도로 쉴 틈이 없었다. 남편과 다시 함께 살기 위해 견뎌야 할 시간들이었다.
이 시기, 임신에 대한 생각은 점차 멀어졌다. 체력도 따라주지 않았고, 주말부부인 상태에서 배란일을 맞춘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한 달에 한 번뿐인 배란일은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날인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기회가 있던 주말조차 나의 학생 인솔 일정이나, 남편의 장기 출장으로 시도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1년 반이 흘렀다. 원하는 지역으로의 이동은 지역이동을 시도한 첫 해에는 실패했고, 만기가 돼서야 성공했다. 남편과 거주지를 간신히 합치고 나서야, 다시 난임 병원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AMH** 수치상 지난번 검사보다 난소 나이가 여섯 살 더 많아졌다’는 결과를 들었다.
그제야 알았다. 세상의 시간이 1년 반을 흐르는 동안, 내 생물학적 시간은 6년이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임신이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AMH**(항뮐러관호르몬)란?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남아 있는 난포(난자)의 양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쉽게 말해 ‘난소 예비능’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난소에 남아 있는 난포가 많음을 의미하고, 낮을수록 적다. 보통 3.0ng/mL 이상은 좋은 편, 1.5~3.0은 평균, 1.0 이하는 낮은 편으로 본다.
AMH는 난자의 ‘질’보다는 ‘양’을 반영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높지만, 개인차가 크고 생활 습관, 질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수치는 임신 가능성을 바로 예측해주지는 않지만, 시술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의사 선생님은 다시 나에게 적극적인 시술을 권유했다. 머지않아 이사를 해야 했던 나는, 남은 몇 개월간 비교적 부담이 덜한 인공수정을 선택했다. 자가 주사량이 적다고 해서 선택했지만, 8~15% 내외의 낮은 성공률처럼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인공수정의 현실적인 확률이 그렇게 낮다는 사실도 시술 후에야 체감하게 되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인공수정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는 점에 불안해지기도 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지역에서 시험관을 도전하기로 했다.
인공수정 vs 시험관 시술 – 시도 횟수에 따른 성공률 차이
인공수정(IUI)
• 정자만 자궁에 넣어 자연스럽게 수정되길 기다리는 방식
• 자연 임신과 유사한 조건
• 3~4회까지 성공률 유지, 이후 급격히 감소
• 반복해도 근본 원인(난자 문제, 난관 폐쇄 등)은 해결되지 않음
• 4회 이상 실패 시, 시험관 전환 권장
시험관 시술(IVF)
• 난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직접 수정 후 이식
• 수정 과정과 배아이식 모두 의료진이 직접 개입
• 시도할수록 병원이 체질·패턴 파악 가능 → 맞춤 전략 개선
• 배아 등급, 착상 위치, 호르몬 반응 등 데이터 누적
• 반복 시 누적 성공률이 상승하는 경향
위 첨부 내용들은 GPT의 설명이며, 개인차·병원 프로토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의료진의 지침이 최우선입니다.
-계속-
[매주 목요일 업데이트 예정]
눌러주신 ♥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