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조건과 사업의 조건은 정말 다른가
우리는 흔히 부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돈, 시간, 가치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 즉 기술을 이야기한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직장을 벗어나 사업을 하라”라고 말했고, MJ 드마커 역시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구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표현은 다르지만, 이들이 말하는 핵심은 비슷하다. 부는 ‘일해서 받는 보상’이 아니라, 가치가 스스로 돈을 벌어오는 구조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업은 어떤가. 사업을 시작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할까. 사람들은 말한다. 자본이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하고,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여기서 잠깐 멈춰볼 필요가 있다. 이 두 이야기를 나란히 놓고 보면, ‘부의 조건’과 ‘사업의 조건’은 과연 다른 이야기일까? 부를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는 돈, 시간, 기술.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자본, 노동력, 기술력. 이 둘은 단어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요소이다.
자본은 돈이고, 노동력은 시간이며, 기술력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결국 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든, 사업을 하기 위해서든, 같은 세 가지를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면, 과연 부를 이룰 수 있을까?
조건을 갖추어도 실패하는 이유
답은 분명하다. 기술이 있다고 해서 사업이 성공하지 않는다. 전기차는 100년 전에도 존재했다. 기술만 놓고 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뒤처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 기술은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했고, 결국 내연기관이 자리를 차지했다. 기술은 있었지만, 시대가 아니었고, 환경이 아니었으며, 구조가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영업의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본도 있고, 노동력도 있고, 기술이나 경험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의 5년 생존율은 낮다. (정확한 수치는 시점과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높지 않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 가지 요소를 갖추는 것과, 부를 이루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업을 하라’는 말 앞에서 막연한 희망을 품기 전에 반드시 이 사실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사업을 하는가
여기서 질문을 바꿔보자. 왜 사람들은 사업을 할까? 정말 모두가 큰 꿈과 비전을 품고 시작할까? 그렇지 않다. 절박하기 때문이다. 지금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현대, 삼성, SK 같은 대기업 혹은 공기업에 지금이라도 취업할 수 있다면 취업과 자영업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통계는 없다.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추정해 보면, 취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그들은 왜 자영업을 하고 있을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취업 전선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영업은 도전이 아니라, 많은 경우 생존의 형태로 시작된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 역시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대우가 부도난 이후, 당시의 나이로 재취업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중요하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신화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은 낭만이 아니라, 종종 막다른 골목에서의 선택이다.
그럼에도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경로
그렇다면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왔을까. 대부분은 아주 ‘현실적인 성공의 경로’이다. 공장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물건을 나르고, 허드렛일을 하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기계를 만지고, 제품을 만들고, 불량률을 줄이는 법을 배우고, 기계가 멈추면 고치는 방법을 익힌다.
이 시기에는 돈도, 명예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흘러갈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거래처 사람들과 얼굴을 트게 된다. 원재료를 납품하는 사장, 기계를 납품하는 사장, 납품처의 대표와 소주를 마시며 관계가 쌓인다. 그리고 어느덧 공장장정도의 직급을 갖게 된다. 나이는 50대에 접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공장장님도 이제 공장 하나 차리셔야죠.”
공장장은 말합니다.
“돈이 있어야죠.”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이것이다.
“원재료는 3개월 후납으로 해드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기술과 신뢰가 자본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시간을, 당신의 숙련을, 당신의 태도를 믿고 투자하는 시점이다. 이때 사업은 무모한 도박이 아니라 순리가 된다. 물론, 그래도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로를 거치지 않은 사업보다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운이 좋았다’는 말의 진짜 의미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강모래 할머니로 불리는 분도, 동학개미에서 슈퍼개미가 된 사람도, 『돈의 속성』의 저자도 비슷한 말을 한다. 그러나 이 운은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이 아니다. 그 운은 오랜 시간 동안 정진한 끝에 마침내 잡을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난 결과이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운은 와도 지나간다. 보이지 않거나,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민에게 남은 유일한 시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서민에게는 자본도 부족하고, 기술도 부족하며, 인맥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단 하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다. 그래서 서민에게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유일한 시드(seed)이다. 이 시간을 흘려보내느냐, 쌓아가느냐에 따라 미래는 완전히 달라진다. 정진의 시간이 쌓이면 기술이 되고, 신뢰가 되고, 기회가 된다.
사람들은 그 순간을 ‘운’이라고 부르지만, 그 실체는 시드타임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씨앗을 심고, 아무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견디는 것. 이것이 서민이 부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확률 높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