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휴학 중이던 어느 날,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다.
당시에는 페이스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한창 유행이었는데(물론 나는 SNS 요정이라 페이스북도 게을리하진 않았지만), 뭔가 어느 순간부터 사진 베이스로 간단한 글을 쓰는 것보다 좀 더 수다 떠는 것 같이 마구마구 분출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마침 휴학 중이라 시간도 많았다.
뭔가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틈에서 나를 좀 더 드러내고 떠들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블로그가 딱이었다. 심지어 당시 맛집 블로거들이 엄청 흥행했던 때라, 나도 맛집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에 파워블로거를 꿈꾸며 신나게 첫 포스팅을 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초반에는 정말 열심히 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맛집 입구부터 메뉴판까지 모두 꼼꼼히 보고, 공들여 글을 쓰고... 어느 순간 어떤 맛집에 가면 '아 이렇게 포스팅해야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느새 내가 어느 곳을 갈 때마다 그곳이나 그곳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기보다는 포스팅에 집착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열심히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점점 글쓰기가 힘들어졌다.
그런 생각에 묻혀 있다 졸업반이 되고 직장을 다니며 나에게 블로그는 점점 잊혀갔다.
싫증을 잘 내는 편이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잊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너무 바쁘거나 힘들거나 기록하고 싶은 순간마다 나는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그 순간의 나의 감정을 어디엔가 휘갈겨쓰고 싶은데, SNS는 너무 의미심장하게 누군가를 저격하는 것 같고, 누군가 나에게 물어볼 것 같고, 진지하면 안 될 것 같고, 일기장에 손으로 한 자 한 자 쓰자니 내 손이 머리가 말하고 싶어 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블로그를 찾았다.
나의 지금을 기록하기 위해.
이전에 적었던 과거의 글을 보는 것도 참 재미있었다. 과거의 기록을 보니 과거에도 나는 역시 나였다. 자주 쓰진 않았지만, 과거에 쓴 글을 보면 그 당시의 내가 날것으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주제로 열심히 글을 쓴 것도 아니고,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무작위로 아무렇게나 쓴 글들이었다. 어떨 땐 진지했지만, 'ㅋㅋㅋ'을 마구 나열하며 쓴 채팅에 가까운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글들 속에서 그 당시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아, 기록이 모이면 이게 내가 되는구나.
어제 본 콘텐츠에서 이승희 작가님이 "꾸준함의 비법은 대충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나는 이 말에 완전히 공감한다. 내가 부담 없이 쓴 글들이 결국 나를 계속 글을 쓰는 것으로 이어준 것이다.
대충 큰 부담 없이 하다 보면 그 기록이 쌓이고 그것이 내가 된다.
글은 결국 내가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조금 더 나를 잘 이해하기 위해 오늘도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