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남자들 이야기

by 시골쥐

친구와 둘이서 처음 가는 식당에 갔다. 앉자마자 제일 빨리 되는 메뉴를 물었다. 사장님은 자신 있게 김치찌개를 권했다. 직접 만든 육수로 끓여서 주변에 있는 회사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찌개 먹으려고 줄 선다며 자랑했다. 점심때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한산한 식당이 의아했지만, 사장님을 믿고 김치찌개를 시켰다.

잠시 뒤 찌개가 나왔다. 가스버너에 불을 올리며 한소끔 끓고 먹으란 설명을 해줬다. 맛있어서 뒤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농담에 허허 웃으며 반응해 드렸다.
보글보글 소리에 냄비뚜껑을 열어보니 막은 국물에 듬성듬성 뿌려진 고춧가루 사이로 두부와 대파가 보인다. 아쉽게도 돼지고기는 드문드문하다. 뽀얀 국물의 김치찌개라니 육수에 자신 있는 집인가 보다.

한 숟가락 먹어보았다. 맛있는 줄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그냥 먹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찬 위주로 먹었다. 식사가 끝나도 찌개는 그대로 남았다. 몇 점 없던 고기만 사라졌다.
사장님이 후식으로 요구르트를 가져다줬다. 녹색 포일뚜껑에 빨간색 글씨가 새겨진 병에 담긴 그것. 맛있게 드셨냐고 물어보더니 새것처럼 남아있는 찌개를 보고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2번 테이블 찌개에 김치를 또 안 넣었네?!!!!!”
처음이 아닌 모양이다.

김치를 넣지 않은 김치찌개를 먹었다. 그래도 사장님은 24,000원을 다 받으셨다. 다음에 오면 서비스 줄 테니 또 오시라며 서글서글하게 환송했다. ‘네, 안녕히 계세요.’라고 대답했다. 담배 한 대를 다 피고 친구가 말했다. “ㅅㅂ, 다신 안 와.”
아까는 왜 아무 말 못 했을까? 너도, 나도.


일상 단어에서 건져 올린 희로애락, 그리고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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