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갈 사랑하는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by 시골쥐

그 할아버지에게는 좋은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심술궂은, 고약한, 까탈스러운, 고집불통, 잔소리쟁이…, 그리고 그 뒤에는 꼭 ‘노인네’가 따라왔다. 인간미 없는 괴팍한 성격 때문에 칭하는 이름 또한 친근한 것이 없었다. 성격이 그 모양이라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못된 소문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온도가 다르다고 할까? 연륜에서 기대할 만한 인자함이라곤 없는 매섭고 사납게 늙은 어른이, 그의 모습이었다.


어느 날, 집 앞을 지나가는데 할아버지가 허겁지겁 쫓아 나왔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무슨 사달이 났나 싶어 따라가 보니, 방 한편에 강아지 한 마리가 헐떡이고 있었다. 사정 들을 틈 없이 차를 몰아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밟아도 한 시간은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할아버지는 가는 내내 강아지를 끌어안고 끙끙거렸다. 아픈 것이 누군지 헷갈릴 정도였다.


수의사가 신령님이나 되는 것처럼 할아버지가 싹싹 빌었다. 처치실로 들어가려는 옷자락을 붙잡고 또 한 번 빌었다. 갸륵한 정성이 통했는지, 강아지가 살았다.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며칠 입원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대략적인 병원비가 설명됐다. 의료보험이 없어 비싼 치료비 때문에 할아버지가 화를 낼까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비싸도 좋으니 제일 좋은 거 해주고 잘 돌봐달라며 살갑게 말했다. 거의 굽실대는 정도였다.


“커피 좋아해?”

돌아오는 길, 할아버지가 커피를 샀다. 무엇을 마시겠다고 얘기했으나 비싸다며 아메리카노를 시켜줬다. 아이스는 500원을 추가해야 해서 등골 사이로 땀이 흐르는 날씨에 뜨아를 마셨다. 방금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제일 비싼 치료비를 치르겠다고 말하던 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고마워…”

식지도 않은 커피를 연거푸 들이켜던 할아버지 입에서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가 나왔다.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어 멈칫했다가 아무 말 않고 씨익 웃어 보였다.

“데려올 때도 제가 같이 와드릴게요.”

듣고 싶은 말이었는지, 할아버지 얼굴에 미소가 비췄다. 늘 삐죽거리기만 하던 입에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이기도 했다.


수없이 보아왔고 나 또한 셀 수 없이 지어온 표정,

무언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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