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시험에 또 떨어졌다. 세 번 불합격한 이후로 몇 번째 시험인지는 세고 있지 않았다. 다만, 몇 번의 시험을 거치며 우리가 삼십 대 중반이 되었다는 사실이 오랜 수험기간을 짐작게 할 뿐이었다.
첫해는 비교적 여유로웠다. 동기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A는 인터넷 강의로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모여 술도 마셨다. 삶이 아직 공부로만 채워지진 않았던 때였다.
세 번째 탈락 후 A는 신림동으로 갔다. 합격률이 높다는 강사의 강의를 듣고, 스터디 모임에도 성실히 나갔다. 고시원, 학원, 스터디로 하루를 채웠다. 빈틈없이 공부했지만,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떨어졌다.
지난 두 해는 아예 만나지 못했다. 이따금 안부만 주고받았다. 정확하게는 건강 챙기라는 내 메시지에 고맙다는 답장만 나누는 일이었다. 시험에 관한 일은 일절 묻지 않았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어련히 먼저 알려오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다 먼저 만나자는 연락을 받아 조금은 기대했는데, 푹 꺼진 A를 만났다. 더는 의욕과 열정이 남지 않은 장기 수험생의 모습으로.
학교 밖의 시험은 잔인하다. 합격하면 모든 걸 얻고, 떨어지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몇 점을 받았는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직 결과만으로 평가받는다. All or Nothing, 그리고 다시 한 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의 비용, 그 잔혹함에 지쳐 A는 더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후회하지 않겠어?”
역린을 건드린 질문이었는지 A가 발끈했다.
“그 질문 때문에 7년을 보냈어. 인정해. 처음 몇 해는 나태했지. 휴식이라는 말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지. 그런데 지난 3년은 아니야. 정말 아니야. 정신 차리고 공부만 했어. 잠까지 줄여가며 종일 공부만 했는데, 매번 불합격이야. 후회하지 않겠냐고?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후회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내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정말….”
울분이 울먹임이 되어 말끝이 흐려졌다. 그래서 뒤는 내가 이어주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네가 뭘 잘못했어. 후회 안 할 만큼 열심히 했는데 네가 뭘 잘못해. 응시하는 사람은 쌀알만큼 많고, 합격자는 한 줌도 안 돼자나. 열심히 한다고 다 합격하는 게 아닌데 네가 뭘 더 어떻게 하냐. 네 탓 하지마. 네 잘못이 아니야.”
A가 울었다. 서럽냐고 물으니 안심된다고 답했다.
A는 그저 네 잘못이 아니란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자책감과 죄책감을 벗겨줄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
일상에서 길어올린 마음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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