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그저 더딘 걸음을 떼고 있을 뿐

by 시골쥐

모소대나무(Moso Bamboo)라는 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처음 네 해 동안 고작 3cm밖에 자라지 않는다. 하찮고 미비한 어린 죽순에 불과하다. 그러다 다섯 해를 맞으면서부터 하루에 30cm씩 자란다. 4년 동안 한 뼘도 되지 않던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고층 건물을 훌쩍 넘긴 울창한 숲을 이룬다.

보이는 모습은 아무 변화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깊은 뿌리가 촘촘히 자라고 있었다. 보통의 대나무보다 더 단단하고 높은 줄기를 뻗기 위해 땅을 붙잡고 버티는 중이었다. 멈춰 있는 듯한 시간에도 사실 자라고 있던 것이다. 하늘을 향해서가 아니라 땅을 딛고서.


자라는 일이란,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필요하다. 싹이 트고, 뿌리 내리고, 줄기가 자라는 시간. 어디를 향해 얼마큼 자랄 것인가에 따라 그 시간이 유독 오래 걸리기도 한다.


바지런한 노력의 대가가 보잘것없이 적다고 해서, 주변의 누구보다 느리게 나아가는 것 같다고 해서 조바심 낼 필요 없다.


더 높은 나무가 되기 위해 깊은 뿌리를 내리는 중일 뿐이다. 더 울창한 숲이 되기 위해 더딘 걸음을 떼고 있을 뿐이다.


불안한 어른을 위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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