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진심은 기록되지 않는 순간에 드러난다

by 시골쥐

신입사원 A는 싹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처세술을 가르치는 학원에라도 다닌 것처럼 살갑고 공손했다.
덕분에 MZ라면 막연히 부정적 인식을 가졌던 기성세대들까지도 요즘 신입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했다. 호평받는 회사원에 최적화된 에티튜드였다. 마치 모범답안이 프로그래밍 된 A.I 같았다.

어느 날, 물어볼 것이 있어 A에게 갔다. A는 다른 팀 직원과 통화 중이었다. 상대가 A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지 통화가 길어졌지만, 다시 오기는 번거로워 옆에서 기다렸다. A는 내가 온 줄 모르는 것 같았다.
통화가 끝나고 내가 용건을 꺼내려는 순간, 전화가 끊어진 걸 확인한 A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X신X끼, 진짜 말귀 못 알아 처먹네’.
처세술에 가려진 A의 본색이었다.

호텔 서비스 용어 중 ‘스탠바이(Standby)’라는 말이 있다. 직원이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마치고 고객을 기다리는 상태를 의미한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시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호텔리어의 품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기술은 고객을 마주했을 때 드러나지만, 마음은 고객이 없는 상태에서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기술이 걷어지면 진심이 선명해진다.
진심은 기록되지 않는 순간에 정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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