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T가 되기로 한 F이야기

by 시골쥐

어린 시절 내 별명은 울보였다. 슬플 때와 기쁠 때는 물론이고 억울하거나 화날 때도 울었다.

머리에 떠오른 것 보다 가슴에 담긴 것이 늘 한 발짝 앞섰다. 이런 까닭에, 하고 싶은 말들을 눈물로 대신했다. 나는 말도 못 할 만큼 감성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감추게 됐다. 감정의 밸브를 조여가며 쏟아지는 감정들을 내 안에 가둔다.

너무 많은 감정을 내보이는 것이 사는 데 도움 되지 않기도 하고, 타인에게 깊이 공감하기에는 내게 닥친 일도 소화하기 버겁다. 내 마음을 보이는 것도, 타인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도, 너무 벅찬 일이다.


그래서 T가 되기로 했다. F로 살기에는 세상에 눈물 날일이 너무 많아서, 그 일을 다 담아내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물러서, 조금 차갑고 계산적으로 보이더라도 T가 되기로 했다.

아직 단단해지지 못한 나는, 그렇게라도 나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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