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인생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by 시골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건조기에서 방금 꺼낸 빨래 더미에 고양이가 오줌을 쌌다. 하필 수건 무더기에 일을 치러서 삶기까지 해야 한다.
우리 집 첫째 고양이 지단이는 섬유가 흐트러진 모습을 허락지 않는다. 옷을 바닥에 벗어 놓거나 자고 일어난 침구를 반듯이 정리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달려와 오줌을 싸놓는다. 이 듣도 보도 못한 묘성(猫性) 때문에 아내와 나는 쉴 틈 없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사건현장을 마주하고 인상을 찌푸렸다가 곧 헛웃음이 터졌다. 호통치며 소리쳐 봐야 나 혼자만의 분노다. 지단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루밍에 열심이고, 간간이 ‘그러기에 정리 좀 잘하지 그랬어’라는 표정으로 뚱하게 바라본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혼내기에는 고양이가 너무 귀엽다.
아내와 나는 피식거리며 세탁기로 수건을 날랐다. 그렇게 웃으니 불편하지 않다. 분명 불편할 만한 일인데 불편함이 없다. 그래서 불편한 기분 없이 에피소드만 남았다. 지단이 덕분에 웃었던 즐거운 기억.


인생이 내게 레몬을 준다고 해서 찡그릴 필요가 있나. 레몬에이드를 만들면 되지.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 Elbert Hubbard

작가의 이전글[30초 에세이]할머니의 전화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