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의 그늘
사랑이 깊어진다는 건 매력을 신뢰로 치환하는 과정이라 한다. 끌림으로 이륙해 안정으로 안착하는 것이 사랑의 여정이다. 백영옥 작가는 이 사실을 ‘서로가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이라 썼다. 삶을 동반하는 연인은 변수로 등장해 상수로 진화한다.
안정의 한 끗 너머에 권태가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뿌리내린 신뢰가 안정이란 그늘을 만든다. 뿌리의 깊이만큼 신뢰가 자라고 그늘이 넓어진다. 그것을 평온으로 누리면 밀착이 되고, 뻔함으로 여기면 이별이 된다.
매력만 찾는 사랑은 땅에 발을 딛지 못하는 비행과 같다. 그 마음을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착륙하지 않는 비행도 언젠가 싫증 나는 때가 온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모되는 시대지만, 사랑만은 영원히 예외로 두고 싶다. 안정 속 평온을 지루함으로 치부하는 오만을 범하지 않으며, 한여름 뙤약볕처럼 뜨거운 세상에서 어느 때고 마음 누일 수 있는 안식처로 삼고 싶다. 사랑만은 그렇게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