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어망 안 고기에게 먹이를 주라

by 시골쥐

그날 결혼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주례사였다. 정확히는 주례 없는 결혼식이라 양가 부모님이 돌아가며 주례사를 했다.
이런 경우 대개 내용이 비슷하다. 내빈에게 감사를 표하고 서로 아껴주라는 얘기 등등을 들어봤음 직한 표현을 인용해 미리 준비한 글을 읊는다.
신랑 아버지 다음으로 신부 아버지가 단상에 올랐다. 평생 어부로 사셨다는 얘길 들었다. 두툼한 풍채와 투박한 인상이 거친 파도에 맞서며 살아온 세월을 보여주었다.

“저는 중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배움이 짧아 품위 있는 말은 할 줄 모른다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마이크로 울리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후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잡은 물고기에게 최고의 먹이를 주길 부탁한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를 육지까지 데려오려면 잡는 노력보다 더 살뜰히 돌봐야 한다. 바닷속 물고기는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지만, 어망 안 물고기는 내가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좋은 먹이를 주고 자주 들여다봐 줘야 생기를 잃지 않는다.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던 내 딸이, 그곳에서 여러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살았을 내 딸이, 이제는 한 사람만의 사랑을 받으려 한다. 결혼식이 끝나면 부모 손 또한 떠나는 것이다.
한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살기를 결심한 내 딸은 이제 남편의 사랑만을 기다린다. 그러니 최고로 사랑해 주고, 자주 들여다봐 줘라. 꽃 같던 시절의 생기를 잃지 않도록. 그리도 내 딸 또한 본인이 선택한 남편에게 그러길 바란다. 아버지는 그거면 됐다.

신부가 울었다. 멀리 서 있던 내 눈에도 보일 만큼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신랑은 시키지도 않은 대답을 했다. 군기가 바짝 든 군인처럼 큰 소리로 꼭 그러겠다며 약속했다.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모습이었는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

보기 드물게 큰 박수 소리가 식장 안을 채웠다. 나 또한 그중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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