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마음이 힘들 땐 소주 한잔 마시며 털어내고
처음 겪는 일도 의연히 해낼 줄 알았다.
모르는 것도 없을 줄 알았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속속들이 알게 되고
사는 데 필요한 지혜가 자연히 쌓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작은 일에도 잠 못 이루며 끙끙앓고
'처음'이란 단어는 긴장의 신호탄이 되며
세상일은커녕 내게 주어진 일도 다 알기 버겁다.
어른이 되면 다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런 척 사는 거였다.
힘들 때 응석 부리지 못하고
두려울 때 티 내지 못하고
모르는 걸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아 머뭇 거린다.
그런데도 매일을 살뜰히 살아내니
얼마나 기특한지.
꼭 잘해야만 어른인가.
잘 해내려고 애쓰는 게 어른이지.
에세이《단어의 위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