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말, 소행성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2024 YR4’라 명명된 이 행성은 2032년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3%에 달했다.
낮은 확률이지만 지금껏 발견된 소행성 중 가장 충돌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3%라면, 자칫 일어날 수도 있는 경우의 수다. 당첨 확률이 8,145,060분의 1이라는 로또복권도 매주 몇 명씩이나 맞추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가.
식사를 준비하던 아내에게 달려가 이 소식을 알렸다. 행성 이름부터 예상 낙하지점까지 상세히 브리핑했다.
“자기 신나 보이네? 작은 일에도 예민한 사람이 살고 죽는 얘기에 왜 이렇게 들떴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데.”
얼마 전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며칠 동안 죽상을 하고 있던 게 떠올랐다. 불안과 압박에 사로잡혀 아빠와 남편의 얼굴을 해야 할 곳에서까지 직장인의 얼굴을 떨치지 못했다. 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보다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 걱정에 생각이 메여 일상을 살지 못할 뿐이었다. 그동안 종종 그런 날들을 살았다.
작은 불안에는 일일이 몰두하면서 정작 큰 불안에는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라는 낙관적 자세를 취한다. 통제하려 들지 않고 메이지 않는다. 비단, 이번 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왜 들뜬 마음으로 행성 충돌을 떠들었을까? 아마, 일어날 법하지만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낙관을 내재한 덕분일 것이다. 그 마음이 행성이 충돌한 후의 걱정 같은 건 원천 차단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2025년 초, 2024 YRK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됐다. 불과 몇 달 만에 충동확률이 0%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이었다. 더 이상 위험 대상으로 관리하게 되지 않았다고.
광활한 우주의 작은 행성은 그렇게 인류에게 의미를 잃었다. 여전히 존재하지만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많은 불안 요소가 비슷한 과정으로 삶을 스쳐간다. 일어날 법하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으며. 여전히 존재하지만 위협이 되지 않으며. 그것을 붙잡아 두는 건 오롯이 나의 태도다. 일일이 몰두하며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