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고양이처럼 살기

by 시골쥐

강아지는 밥과 간식, 산책, 목욕, 장난감 등등을 주는 보호자를 신처럼 여긴다고 한다. 반면 고양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받치는 보호자를 보며 '나는 신이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직접 대답을 듣진 못했지만 상당히 설득력있는 가설이다.

어떤 스트레스는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해 발생한다.
나보다 타인의 감정을 우선한 시선이 내 안에서 요동치는 것을 후순위에 두며 나를 돌보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참고 싶지 않은 상황을 참고, 하고 싶지 않은 가식을 떤다.
마음과 다른 행동을 지시하는 뇌에 대한 배신감은 자아를 비난하게 만든다. 자책의 발화점이다.

이유없는 무시를 당한 시절이 있었다.
잘못하거나 모자란 점이 있던 것도 아닌데,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어쩔 땐 아무 일 안해도 괜한 무시를 당했다.
그게 약올라 나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려 노력했다.
하나를 시키면 서넛을 해주고 기분을 마춰주려 애썼다.
상사에게 하는 아부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다는 오기였다.

결론은, 변함없음. 아니, 되려 더 했다.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디폴트 값이 있다.
그에게 난, '어떻게 대해도 괜찮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한날, 더는 못하겠어서 감춰 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 안에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안이 산다. 내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후 관계가 틀어지거나 오해가 풀리진 않았다. 놀랍도록 아무 일없이 지냈다. 어디가서 내 흉을 보고다녔는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평온을 찾았다.

헬렌 톰슨이 이런 말을 했다.
"고양이는 모두에게 사랑받길 원하지 않는다.
자기가 선택한 사람이 자길 사랑해주길 바랄뿐이다."

타인에게 맞춰 행동을 재단하고 살면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내 마음 돌보기도 벅찬 시간에 남의 것까지 감당하려니 과부하가 걸린다. 뇌에게는 나를 위한 기능만 허락된다.

고양이처럼 도도히 산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호의를 받으면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이구나'하고,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의 미움은 무시해버리며.
조금 뻔뻔히, 자기중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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