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인정하고 싶지 않은 닮음에 관하여

by 시골쥐

연애 때부터 아내는 내가 요시모토 나라가 그리는 캐릭터를 닮았다고 했다. 동의하지 않았다. 나의 추구미는 수염 기른 차승원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체로 뾰로통한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우수에 찬 눈을 원했다.

아이가 태어났다. 어떤 사람은 거푸집에 찍어낸 것처럼 나를 닮았다 한다. 어떤 사람은 아내를 닮았다 한다. 대체로 전자가 많다. 내 아이는 내가 아이 때와 구분하기 힘들게 생겼다.

네 살쯤 되더니 머리숱이 제법 늘었다. 듬성등성하게 태어나더니 이제 빗질에 넘어가는 가닥이 많아졌다.
밤새 온 침대를 구르며 자고 일어나 떡진 머리로 딩동댕 유치원을 보고있다. 머리가, 눈이, 코가, 아내가 말하는 그 그림을 꼭 닮았다.

아이가 요시모토 나라 그림을 닮았다.
아이는 나를 닮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3단 논법에 따르면, 이 다음 올 문장은
'나는 요시모토 나라 그림을 닮았다'이다.

그동안 내가 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건가.


아무튼 인정하고 보니 친밀감이 올라간다. 사과씨처럼 얼굴 한중간에 콕, 꼭 뚫린 콧구멍이 비슷한 것도 같다.

화면에 나오는 차승원을 찾아본다. 오래 노력했지만 점 하나도 닮지 않았다. 노력이 부족했나? 아니다.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며 그렇지 않던 것들을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지금부터는 무엇에게도 섣불리 싫다 말하지 말아야겠다.

또 언제, 무엇이 좋아질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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