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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작은 화산, 제주도 오름이야기

아이와 가볼만한 오름 추천

by 시골쥐 Aug 26. 2023

오름이란 산봉우리의 순우리말이었는데 현재는 작은 동산 정도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 되었다. 제주도에 있는 오름은 한 번 폭발로 수명을 다한 단성화산이다. 그러니까 오름을 오른다는 것은 작은 (사)화산을 오른 다는 것과 같다. 제주도 전역에 약 360개의 오름이 있다. 그 중 아이와 오를 만한 곳, 그리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위주로 소개하려 한다.


1. 군산오름

위치 :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리 564

난이도 : ★☆☆☆☆

소요시간 : 5~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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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오름이 유명한 것은 차를 타고 정상 근처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10분 정도 차를 타고 올라가면 작은 주차장이 나온다. 거기서부터 10분쯤 얕은 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도착한다.

남쪽으로는 산방산과 제주남쪽 바다의 풍경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멀리 한라산 뷰가 보인다. 만약, 방문할 계획이라면 일몰시간 30분 전쯤 도착하는 것이 좋다. 낮에 가도 넓게 펼쳐진 초록풍경이 아름답지만, 석양과 함께 물드는 바다와 땅을 보는 것은 마음 한 구석이 일렁이는 감동을 느낄 정도다.

우리 가족은 아이가 23개월이 되자마자 방문했다. 첫 오름이라 혹시 업고 가야 할지 몰라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막상 가보니 아이가 혼자서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길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잡고 걸었다. 

정상에 올라 풍경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사슴이 찾아와서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아이가 며칠 동안 즐거워하며 사슴 흉내를 냈다(참고로 제주도에는 고라니가 없다).

#Tip 화장실이 없다. 가장 가까운 화장실도 차를 타고 내려와 근처 카페를 찾아야 할 정도다. 주차공간이 협소하고 차도가 좁다. 운전이 서툴다면 사람이 많은 시기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오르는 길에 내려오는 차를 만난다면 식은땀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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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군오름(금악오름)

위치 :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1-1

난이도 : ★★★★☆

소요시간 :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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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분화구 형태의 웅덩이가 남아있다. 비가 오지 않는 계절엔 마른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이 갔을 때는 물이 찰랑하게 차 있었다. 한가운데 분화구가 있고 그 둘레를 산책코스처럼 걸을 수 있도록 바닥이 정비되어 있다.

여유 있게 가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은 오름이다. 저 멀리 제주 북서쪽 바다가 보이고 한쪽으로는 소와 말을 키우는 넓은 목장이 보인다. 나머지 공간은 제주의 하늘, 들판, 마을이 채워주고 있다.

서쪽 편에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석양을 만날 수 있다. 일찍 올라 찬찬히 둘러보고 한 편에 자리를 잡아(운이 좋다면 평상을 차지할 수도 있다) 일몰을 본다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어른이 오른다면 조금 숨이 찬 정도겠지만 아이에게는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오름 초입에서 숲으로 된 구 길과 시멘트로 포장된 신길을 선택할 수 있는데, 아이가 있다면 무조건 포장도로를 추천한다. 아무래도 제주의 숲에는 뱀, 쥐, 벌레 같은 것이 많아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오르막 길이 가파른 만큼 내리막길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업고, 안고 가야 할 수 있으니 준비 단단히 하시길.

#Tip 오름입구, 웅덩이가 있는 반대편에 아름다운 숲길이 있는 포토스팟이 있다. 출입은 불가하지만 그림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느니 꼭! 스쳐 지나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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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지오름

위치 : 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산51

난이도 : ★★★☆☆

소요시간 :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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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리 마을에 있는 오름이다. 둘레길코스로 걸으면 마을을 둘러보며 오를 수 있고, 등산코스로 걸으면 마을 쉼터를 지나 곧자 오를 수 있다. 나는 저지리에 살며 마을 구경을 실컷 했기 때문에 후자를 택했다.

어른이 걷기에 난이도가 굉장히 낮은 곳이다. 그냥 마을 약수터가 있는 산에 둘레길을 따라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에는 돌로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는데 그마저도 5분 남짓이라 별로 힘들진 않다. 다만, 길이 좁고 울퉁불퉁한 구간이 곳곳에 있어 아이가 걷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딱히 큰 감동이 있는 오름은 아니다. 저지오름이 매력이 없다기보다 다른 곳에 비해 좀 밋밋하달까. 정상이 분화구 형태라고 하는데 숲이 우거져 있어서 확인할 수가 없다.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이 보인다(물론, 날씨가 좋은 날 한정이다). 백록담이 꽤 근거리에 있는 것처럼 보여서 신기하다.

#Tip 일부러 찾아갈 정도의 오름은 아니다. 근처에 있다면 운동삼아 다니는 걸 추천한다. 저지리마을 버스정류장에 '소리원'이라는 중국집이 있다. 오름을 다녀오며 점심으로 간짜장을 먹으면 환상적인 코스다.


태어난 지 700일 남짓되었던 우리 아이가 한라산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신 그 주변에 아이가 갈 수 있는 작은 봉우리들을 찾으며 올랐다. 가기 전날 화산 그림을 보여주었다. 정상에 올라서는 분화구 얘길 해줬고, 산을 오르는 중에는 동물과 식물에 대해 얘기해줬다. 아마, 아이가 자라면 이런 추억들을 회상하며 한라산에 오르기로 마음먹는 날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큰 목표가 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거쳐야 하는 작은 목표들도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성취들을  경험 삼고 동력 삼아 큰 목표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것같다. 함께 오름을 오른 일이 아이에게 그런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와 아장아장 걸으며 작은 화산을 올랐던 일이 경험이 되고 동력이 되어, 앞으로 살아가면서 목표를 향한 가파른 길을 오르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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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가 가득한 시골쥐의 위로공간, 어른을 위한 마음쉼터 @seegoa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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